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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만나다

우아하게 저항하라 - 무엇에 저항하시겠습니까?

by 오뚝이 루크 2020. 6.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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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청한다고 되기도 어려운 서평단이지만, 당분간은 아예 신청 자체를 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이미 하고 있는 일들을 해내기도 버거운 날들을 보내고 있던 까닭이었다. 단톡도 내용은 확인도 하지 못하고 숫자 없애기만 하던 중에, '우아하게 저항하라'라는 책의 서평단을 모집한다는 내용이 보였다. 제목도, 표지도 강렬하게 머릿속에 각인되었다. 무엇인가에 홀린 사람처럼 그렇게 이 책의 서평단을 신청했다. 그리고 선정이 되었는지 궁금할 무렵 책이 배송되었다는 문자를 받았다.

 

  이 책이 참 기대가 되었다. 나는 세상의 많은 불합리한 것에 불만을 가졌다. 하지만 불만과 불평을 쏟아내도 저항하지 않는 삶을 살았다. 하지만 이 책은 저항하라고 이야기한다. 그것도 우아하게. 꼭 이 책을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한 이유였다.

 

  이처럼 여성들이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어이없고 황당하지만 그렇다고 딱히 큰 이슈를 만들 수는 없는 애매한 상황들이 자주 발생하게 된다. 이럴 때 최선의 전략은 내 안의 무기를 다양하게 구비해놓는다는 목적으로 각각의 상황을 상상해보고, 그때가 닥치면 시의적절하고 즉각적으로 어떻게 대처하고 어떠한 멘트를 구체적으로 던질지 스스로 고심해보며 방어할 준비를 하는 것이다.
본문 중 37P

  조주희 지국장은 본인이 여성으로서 사회생활을 하면서 겪은 차별과 불합리한 상황들에 어떻게 대응했는지 풀어내고 있다. 시대가 많이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지금도 나는 사회생활을 하면서 성역할에 대한 차별을 심심치 않게 겪곤 한다. 같은 일을 해도 급여 수준이 남직원과 차이가 나고, 이전 회사에서 사무실 공동 구역은 여직원들끼리 돌아가면서 청소를 하기도 했다. 전화 응대도 왜 여직원들의 몫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사소해 보이지만 납득하기 어려운 성역할 분담이다. 그리고 내가 모르는 자리에서는 더 많은 여성에 대한 차별이 행해지고 있을지 모른다. 나보다 앞서 사회생활을 시작한 그녀는 더 많은 불합리함을 겪었을 것이고, 그 상황들을 헤쳐갈 수 있는 나름대로의 방법들을 터득했다. 그리고 이 책에서 그녀의 그런 노하우를 나누고 있다.

 

  그녀의 그런 노하우들은 여성들에게만 하는 이야기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편부모 가정의 아이들, 고아, 장애인, 성소수자, 유색인종, 여성 등 세상의 모든 차별받는 이들, 편견의 대상이 되는 이들을 위한 이야기였다.

 

  그중에 몇 가지 나에게 인상 깊었던 대응 방법을 추려보았다.

 

1. 흑과 백이 아닌 회색 지대를 찾아라.

  차별하는 쪽과 차별당하는 쪽, 이분법적으로 나누기보다는 이 둘을 함께 살아가야 할 동료로 여기라고 말한다. 남성과 여성은 서로 다른 성향을 가지고 있기에 서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줄 수 있다. 흑과 백이 만나 회색지대가 형성되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참으로 당연한 말이지만 간과하기 쉬운 부분을 상기해주었다는 점과 문장 표현이 마음에 들어서 인상에 남았던 챕터였다.

 

2. 나의 성장을 가로막는 유리천장을 깨라.

  우리는 사회가 씌워놓은 프레임 속에서 살기도 하고 때로는 스스로의 한계를 정해두기도 한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형편이 넉넉지 않다는 이유로. 이 프레임들은 나에게 하등 도움이 될 것이 없다. 방해물일 뿐이다. 어제보다 나은 내가 되기 위해서, 성장하기 위해서는 타인이 또는 자신이 만들어 놓은 유리천장을 깨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이 부분은 굉장히 공감했던 내용이기도 하고 우리가 진짜 저항해야 할 대상이 우리를 가로막는 유리천장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특히 강조하고 싶은 챕터였다.

  

  조금 내용은 다를 수 있지만, 예전에 이와 관련된 개인적인 경험을 적어둔 글이 있어 공유해본다.

 

blog.naver.com/wncptjd/221262828263

 

자신의 한계를 깨기 위해 행동하라.

<스스로 자신의 한계의 테두리를 만들다>초등학교 저학년쯤 되었을까요, 거실 바닥에서 그림을 그리...

blog.naver.com

3. 자기주장을 두려워 말라.

  예전에는 자기 주장이 강하다는 말을 많이 들었고 그 말은 긍정의 의미가 아니었다. 언젠가부터 내 의견을 말하는 것이 참 어려워졌다. 하지만 <우아하게 저항하라>에서는 주자 주장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한다. 

  그렇다고 내 말이 맞다고 나의 말을 막 쏟아내라는 것이 아니다.

자기주장이 강하다는 것이 자기 의견만 쏟아내는 것을 뜻하는 건 아니다. 자기 의견을 말하는 만큼 다른 사람의 의견도 경청해야 한다. 사람들과 의견을 나누다 보면 논쟁을 하게 될 때도 있는데, 나는 그것도 즐긴다. 가까운 사람들과도 서로 다른 의견을 말하며 열띤 토론을 벌이기도 한다.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지고 같은 말만 하는 사람들과의 대화는 편안할지는 몰라도 흥미롭지는 않다. 다양한 '자기주장'을 가진 사람들이 설왕설래하는 조금은 시끄러운 세상이 나는 좋다.
본문 중 204P

  앞으로는 건강하게 내 주장을 할 수 있도록 훈련이 필요해졌고, 건강한 자기주장을 하는데 독서모임만큼 도움이 되는 게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좀 더 적극적으로 토론이나 감상 발표에 힘써볼 참이다.

 

4. 일과 생활 사이의 균형 - 둘 다 잡기보다는 절충하라.

일과 생활의 균형은 두 마리 토끼를 다 잡는다는 의미가 아니라 현실적인 선을 정해놓고 절충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야 한다. 그러려면 내가 직장과 사회에서 '어느 위치까지 올라가겠다'는 것을 목표로 두는 것보다는 '어떤 모습으로, 어떻게 올라갈 것인가'가 주된 목표가 되어야 한다.
본문 중 231P

  일과 생활을 다 잡을 수 없으니 절충하라는, 참으로 매력적이고 현실적인 대안이다. 어느 것 하나 해내는 것이 벅찬 나에게는 조금 숨통이 트이는 문단이었다. 일과 생활, 그 두 가지를 다 잘 해내고 싶었던 처음의 마음과 다르게 점점 지쳐가면서 둘 다 손을 놓아버리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런 때를 생각하니 저 말이 참으로 큰 위로가 되었다. 저 두 가지를 동시에 해내는 것이 어렵다고 인정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에 동료애를 느낀 것일까? 참으로 후련했다.

 

  이 외에도 참으로 좋은 내용과 문장이 많았다. 나도 비슷하게 했던 경험들이 있어서 욕심 같아서는 이 안에 다 녹여내고 싶었다. 하지만 글쓰기가 많이 부족한 탓에 흐름이 깨져서 다 실을 수가 없어서 개인적으로 조금 아쉬움이 남는다.

  

  책을 읽으면서 조금 아쉬웠던 점은 <우아하게 저항하라>는 제목과는 다르게 뒤로 갈수록 일반적인 자기 계발서의 내용으로 평범하게 마무리되었다는 점이다. '저항하라'는 제목에 의미부여를 너무 많이 한 탓일 수도 있겠으나, 앞부분은 제목에 부합하게 전개된 반면, 뒤로 갈수록 그 힘을 잃고 다른 자기계발서에서 말하는 내용들과 차별성을 잃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번쯤 읽어봄직한 책이라고 생각했다. 한 가지 걱정되는 것은 이 책은 여성만을 위한 책도 아니고 페미니즘을 외치는 책이 아닌데 목차나 처음 시작 챕터로 인해서 그런 책으로 오해하고 거부감을 가지는 사람이 있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이 책은 여성이 아니라 세상을 좀 더 나답게 살고 싶은 모든 이들을 위한 책임을 많은 분들이 알아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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