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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소리

생각지 못한 이사 계획 feat. 내 집 마련의 꿈

by 오뚝이 루크 2019. 6.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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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살고 있는 철산은 참 좋은 곳이다. 주변에 없는 게 없다. 3분 거리에 도서관이 있고 5분 거리에 철산역이 있고, 또 3분 거리 안에 마트와 나의 주거래 은행이 있다. 12층인데 우리 동 앞을 막고 있는 동이 없어서 경치도 좋고, 밖에서 보일 염려도 없다. 겨울에는 따뜻하다 못해 더울 지경이다. 

 

  이 곳에 오면서 참 좋았다. 집이 비어 있어서 집주인 양해를 얻어서 잔금 치르기도 전에 청소하고 집을 꾸몄다. 거창하게 인테리어를 한건 아니지만 직접 문을 칠하고, 화장실 벽을 칠하고 타일을 깔았다.(줄눈 채우기는 다시는 하고 싶지 않다.) 주방에 시트지를 붙이고 손잡이도 바꿔달았다. 너무 힘들었지만 즐겁게 꾸몄다. 

 

  살면서 그 꾸밈을 유지하지 못해 정리 프로젝트를 하는 지경에 이르렀지만 그래도 이 동네가 참 좋다. 지금 살고 있는 집이 참 좋았다. 

 

  하지만 내 집이 아니고 부동산 시세가 출렁일 때마다 내 마음이 강제로 롤러코스터에 태워졌다. 정책이 하나 바뀔 때마다 전셋값을 올리게 되는 상황이 오려나, 터무니없이 올려달라고 하면 그 돈은 어디서 융통해야 할까 생각해야 했다. 그러는 사이 내가 이사 올 때보다 집값이 7천~1억이 올랐다.

 

  이러다가 우리는 내 집을 마련할 수 없을 것만 같은 생각이 들었다. 방도 2개밖에 없고, 그나마 작은 방은 냉장고가 차지하고 있으니, 2세가 생기게 되면 방을 어떻게 해야 할지도 난감 상황이다. 그렇게 우리는 이사를 결정했다. 이 근처로 알아보고 싶지만 평수는 지금보다 넓고 가격은 대출이 되는 선에서 합리적인, 그런 집을 이 곳에서는 구할 수가 없었다. 네이버 부동산에서 검색하고 또 검색했다. 둘 중 한 명의 회사는 조금 가깝고, 나머지 한 명도 1시간 내로 오갈 수 있는 곳.

  대출을 많이 받지않으면서 지금보다 넓은 집을 찾기는 참 어려웠다. 얼추 나는 편도 1시간 정도, 신랑은 지금과 비슷한 30분 정도 출퇴근할 수 있는 위치에 가격은 지금 사는 곳보다 좀 더 저렴한 곳을 찾았다. 주변이 엄청 번화하거나 하지는 않다. 역도 걸어서 10분(실제는 조금 더 걸리는 듯) 정도 걸린다. 근처에 도서관도 없다. 하지만 곧 근처에 공원이 생기고, 방은 지금보다 1개 더 있다. 

  

  그런 곳을 찾아서 계약을 앞두고 있다. 집도 컨디션이 좋아서 크게 수리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생각보다 괜찮은 물건을 찾아서 기쁜데 막상 계약을 하려니 걱정이 많다. 대출이 안되진 않겠지. 지금 집에 세입자가 빨리 안 들어오면 어쩌지, 계약할 집에 있는 세입자가 너무 빠르지도 너무 늦지도 않게 가겠지. 그때 봤던 상태보다 많이 나빠지지 않겠지.

 

  그런 걱정과 함께, 정든 곳을 떠나게 되어 마음 한켠이 헛헛하다. 여기서 친한 이웃들도 많이 생겼고, 단골 가게도 생겼다. 성당 사람들과도 이제 좀 편해졌다. 이사 가면 새로 또 사람을 사귀고 이웃을 만나야 할 텐데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도 좋은 점만 생각하려 한다. 여기보다 주차가 혼잡하지 않고, 2년마다 이사나 전세금 올릴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아파트 내에 구립 어린이집과 유치원도 있고 2,3년 뒤에는 3분 거리에 공원도 생긴다. 지하철이 적당한 거리에 있으니 아침에 좀 바쁘겠지만 지금보다 좀 더 걸어서 운동량을 늘릴 수 있다. 개별난방이니 겨울에 관리비 부담도 줄어든다. 베란다를 내 돈 들여서 공사해서 공간 활용을 할 수도 있고 양쪽 부모님이 놀러 오셨다가 주무시고 가실만한 공간도 생다. 단점보다 장점이 많다.

 

 계약이 잘되어서 이사가게 되면 그곳도 지금 살던 곳처럼 빨리 정들 수 있으면 좋겠다. 조금 갑작스럽게, 내 집 마련에 대한 꿈을 실행하게 되었지만, 본래 기회는 생각지도 못한 시점에 오는 것이니까. 장점을 크게 생각하고 단점은 보완책을 찾는 정도로만 생각하련다. 부디 무사히 일이 되어서, 그 집에 들어갈 수 있기만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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