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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소리

상대방을 알고 싶다면?

by 오뚝이 루크 2019. 3.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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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는 청년 성가대에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성가대는 인원이 좀 많이 있다보니 모든 단원과 친하게 지내기가 어렵고 서로에 대해서 이야기할 기회도 많지 않습니다. 저도 성가대 활동을 한지 어느새 1년 반이 되었지만 따로 만나서 식사를 하거나 차를 마신 경험이 있는 단원들은 손에 꼽는 정도입니다. 그런 만큼 단원들에 대해 속속들이 잘 알면서 교류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오늘은 원래 소프라노 단원들과의 모임이 있었습니다. 소프라노라고 해봐야 인원이 5명 남짓 되는 정도입니다. 25명이 되는 성가대 인원 중에 참 작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런 소프라노의 사기를 높여보고자 기획된 모임이었습니다. 선약이 있었던 1명 빼고는 모두 모임에 참여하기로 되어 있었습니다. 약속일자가 다가오니 어느 모임에나 그렇듯 한 사람, 두사람 못오는 사람이 생겼습니다. 인원이 5명인데 원래 못온다고 했던 1명을 빼면 4명, 그 중 갑자기 못온다고 한 2명을 빼니, 2명만이 남았습니다.

  사실 저는 둘이서 만나도 별로 상관이 없었습니다만, 상대방이 걱정이었습니다. 제가 그 친구보다 워낙 언니이다 보니 불편해하지는 않을까, 나오기 싫어하는 건 아닐까 별 생각이 다 들었습니다. 갑자기 약속을 취소한 친구들이 야속하기도 하고, 왜이리 약속들을 우습게 생각하는 걸까 화가 나기도 했습니다. 온갖 생각을 다 하는데 그 동생은 둘이 만나는 것에 대해 별 거부감이 없는 듯 약속 장소에 먼저 도착해 있었습니다.

 

  식사를 하고 카페를 가고 맥주집을 방문하기까지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제가 추천하며 데려간 카페를 너무 좋아라 하는 그 친구의 반응 덕분에 좀 더 편안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종교활동에 대한 이야기, 동생에 대한 이야기, 서로 좋아하는 분야에 대한 이야기..   1년 반의 시간을 같이 활동했지만 저는 그 친구가 책을 좋아하는 것도, 사격장 가서 총쏘기 하는 것을 좋아하는 것도 몰랐습니다. 단체로 만나서는 할 수 없는 이야기들을 나눈 덕분에, 그 친구의 회사 이야기, 좋아하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 고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평소에 관심있게 본 친구였기 때문에 서로를 더 잘 알아보라고 이런 기회가 주어졌나보다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사람에 대해 더 알고 싶은 상대방이 있다면, 둘이 만나보시기를 권해 드립니다. 대화를 이끄는데 탁월한 능력이 없는 저에게는 사실 쉬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내가 말을 유창하게 잘하지 않아도, 두명이서 함께 시간을 보내다 보면, 자연스럽게 이야기가 흘러가게 됩니다. 처음에는 어색할지도 모르지만 그 어색함은 오래가지 않습니다. 단 둘이서 온전히 서로에게 교감하다 보면, 마음의 문이 저절로 열리고 깊은 대화를 나누게 됩니다.

 

  오늘의 경험을 통해 나는 참 소통하는 것을 좋아한다는 것도 깨달았습니다. 내가 아는 모든 사람들 단독으로 만날 순 없지만, 최대한 많은 사람들과 이런 시간을 가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사람에 대해 더 알게 되니, 그 사람이 더욱 소중해졌습니다. 더 가까워지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단 둘이 만나보세요. 이제까지 내가 알던 그와는 또다른 사람을 발견하게 되는 신기하고 소중한 경험을 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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