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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만나다

삶을 돌아보게 하는, 울림이 있는 문장이 있는 책 - 교황님의 트위터

by 오뚝이 루크 2019. 11.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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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으로 서평단에 기고를 해도 될까 잠시 망설였다. 교황님이라는 이름에서 종교적인 내용이라고 생각하고 거부감을 표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가톨릭에서 나온 책이라고는 하지만 내 기준에서는 종교적인 색채가 강하지 않다는 판단으로 책을 소개해볼까 한다. '교황님의 트위터'라고 하지만 결국 우리의 삶의 이야기들과 연결되어 있기에 종교를 가지고 있지 않은 분들도 가볍게 읽어볼 만하다고 생각한다.

<책의 특징>

  1. 기본적으로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트위터에 남긴 짤막한 글에 우리에게 너무도 유명한 이해인 수녀님이 자신의 이야기를 덧붙이는 형태로 되어있다. 생각보다 단순한 구조이다.

 

  2. 교황님이 트위터에 남긴 내용은 때로는 종교적이지만 때로는 그렇지 않다.

     그리고 교황님이 트위터에 남긴 이야기를 자신의 <생각주머니>에 넣어 숙성시켜 누구나 세상에서 겪을 수 있는 이야기들도, 경험을 녹여내 풀어내었다.

<인상 깊었던 구절>

  인상 깊었던 이해인 수녀님의 묵상 중 일부를 발췌해 보았다. 

  교황님의 트위터 
  폭력과 불의와 죄악 앞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악마가 말할 때, 그 악마를 믿어서는 안 됩니다.

  이해인 수녀님의 글
   우리가 사는 이 시대는 폭력과 불의가 너무도 난무합니다....... 중략...........  이런 일이 하도 많이 반복되다 보니 저도 차츰 무뎌지고 기도하는 일조차 잊어버리고 아예 무관심으로 일관하는 일이 더 많았습니다. 무언가를 해야 하는 참여자의 불편한 괴로움보다는 나만 괜찮으면 되는 방관자의 편안함을 선택한 비겁한 겁쟁이인 저를 어찌하면 좋을까요?

-17P-

  삶에 '우리'가 없는 '나'만 있는 삶에 대한 꾸짖음. 

  내가 외면하고 있던 나의 모습을 들킨 것만 같았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위로가 되기도 했다. 수녀님도 이런 생각을 하시는구나. 물론 수녀님과 나의 마음의 깊이는 다르겠지만, 다시 '우리'의 모습을 찾아가도 늦지 않았다는 위로를 받은 것만 같아서 마음이 조금 가벼워졌다.

  그동안 주님과 멀어져 있었다 하더라도 '작은 걸음'을 내디디면 받아주신다는 그 말씀은 얼마나 위로가 되는지요.
-23P-

  내가 살아가면서 새로운 것을 배우고 시도하는 것이 늦었다고 생각하고 망설일 때가 있다. 지금 내가 치열하게 고민하는 부분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하지만 이 문장을 통해 늦지 않았음을 깨닫고, 지금부터 한 걸음씩 다시 내디디면 할 수 있다는 용기를 얻는다.

  '주님'이라는 단어는 내 인생의 '어떤 것'으로 바꾸어도 의미가 통한다. 새로운 것을 다시 해도 좋다는 조언을 얻은 것만 같아 참 기뻤다.

  교황님의 트위터
  우리는 시간제 그리스도인일 수 없습니다. 우리는 매일 매 순간 우리의 신앙을 살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이해인 수녀님의 글
  간혹 제가 종교를 가질 것을 권유하면 "지금은 말고요. 좀 있다가 나중에요"라고 답하는 분들이 꽤 많아 실망할 때가 있습니다. 시간은 마냥 우리를 기다려 주는 게 아님을 잊고 사는 것이 인간의 어리석음인 듯합니다. 
-63P-

  종교뿐만 아니라 내가 주변인들에게 독서나 다른 활동을 권하면 많이 듣는 이야기이다. 안타까운 건 특히 나보다 어린 친구들이 이런 이야기를 할 때이다. 나는 뒤늦게 '제대로 된 독서'를 만나게 되었다. 그 점이 너무 아쉬워서 주변인들, 특히 동생들에게 독서를 권하지만 그들이 내게 가장 많이 들려준 이야기도 '나중에 여유가 생기면요'였다.

  독서는 여유 있을 때 하는 것이 아니라 여유와 시간을 만들어서 해야 하는 것임을 이 글을 빌어서 다시 한번 이야기해 주고 싶다. 시작은 무엇이든 빠를수록 좋다. 읽기에 내공이 쌓이면 생각하는 힘을 기를 수 있고, 단편의 생각들이 쌓여서 자신만의 철학을 만들 수 있다. 시작은 늦었지만 내 독서의 최종 목표이다.

  교황님의 트위터
  기적은 일어납니다. 하지만 기도가 필요합니다. 단지 형식적인 기도가 아니라 용기 있고 끈기 있고 분투하는 기도 말입니다.
 
  이해인 수녀님의 글
  하루하루가, 순간순간이 모두 다 기적으로 여겨지고, 만나는 이들이 다 사랑스럽고, 눈에 띄는 사물들이 다 경이롭고 감탄스러우니 이 또한 놀라운 기적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목백합을 보며 꽃에게서도, 사람에게서도 아름다움은 계속 재발견되는 것임을 새롭게 묵상하는 날입니다.
-67P-

  이 구절을 읽는 동안 성장판의 '감사일기'방이 생각났다. 삶의 시련 속에서도 감사하는 마음을 가짐으로써 얻을 수 있는 긍정의 에너지를 이 문장에서도 느꼈기 때문이다. 감사일기 방에서 내가 감사일기를 씀으로써 긍정의 에너지와 행복을 느낄 수 있지만, 다른 사람의 감사일기를 읽음으로써 기적과 놀라움, 시련을 인간의 위대함 등을 느끼고 배운다. 

  교황님의 트위터
  한 사회가 얼마나 위대한 가는 그 사회가 가장 궁핍한 이들을, 가난밖에는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는 이들을 어찌 대하는지에 따라 알 수 있습니다.
-104P-

  이 문장을 읽었을 때는 조금 서글펐다. 우리 사회는 성숙하지 못한 단면들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허점이 많은 복지 제도와 임대 아파트 아이들을 차별하는 문제 등등. 가난이 죄가 아니고 차별의 이유가 아님을 알고 있지만 실생활에서, 자신에게 상황이 닥치면 서슴지 않고 모순된 행동을 취하는 요즘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씁쓸한 모습들이 생각이 나서 아팠다.

  그 안에서 나는 무엇을 하나 돌아보았다. 약 2년 간의 봉사활동 만으로 나는 그들을 품었다고 말할 수 있는가? 그렇지 않다는 걸 알았다면 앞으로의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내'가 무엇을 해야 할지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문장이었다.

 

  인상 깊었던 구절들이 참으로 많지만 이 안에서 모두 소개하기란 불가능할 것 같다.

  확실히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은 내가 생 안에서 놓치고 있는 기본적이지만 소중한 가치들을 깨우쳐 주는데 큰 역할을 할 수 있는 책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책 안에 있는 몇 장의 사진이 프란치스코 교황의 이웃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 말뿐인 것이 아니라 행동으로도 옮겨지고 있는 것임을 보여준다.

  내 삶에 어떤 가치를 더해서 살아갈 것인지, 내가 살아가면서 잃어버린 것은 무엇인지 돌아보고 싶은 분들께 추천하고 싶다.

 

  교황님의 트위터
  자비롭게 사는 것은 우리 자신의 관심사에 주목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가운데 가장 약하고 가장 가난한 이들의 짐을 져 주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해인 수녀님의 글
  지팡이를 짚고 겨우 걸음을 옮기는 이들, 손이 떨려 밥 먹을 때도 힘들어하는 이들, 질병의 고통으로 계속 침대에 누워 있어야만 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제가 병상에 있을 적엔 이분들을 잘 돕고 연민의 마음도 갖고 있었는데 웬만큼 건강이 회복되니 나주 잊어버리고 무심히 행동하는 저를 봅니다. 인간의 관심사가 얼마나 자기를 향해 있고 자기중심적인지 저의 모습을 보며 반성합니다.

  수녀님의 기도
  주님, 사랑은 서로의 짐을 져 주는 것임을 잊지 않게 하소서. 함께 사는 이들의 짐을 알아서 먼저 져주는 사랑을 실천하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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