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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소리

변화되는 관계 속에 현기증이 나던 날..

by 오뚝이 루크 2019. 4.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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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회사 생활을 하면서 항상 어려운 점은 좋은 상사, 좋은 부하가 되는 일이다.

  좋은 언니와 좋은 상사의 경계에서 우리는 포지셔닝을 잘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출산 휴가를 가는 직원과 그 일을 받는 직원 사이의 인수인계 과정에서, 우리팀은 잘하고 있고, 우리의 관계는 건강하다고 생각하던 믿음이 착각이었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 일이 어제 생겼다.

  일을 배우는 대리가 잘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임산부인 직원의 출산휴가가 막바지로 다가오면서, 빈틈을 자꾸 발견하게 되었다. 잘할 거라는 믿음으로 기다려봤지만, 우리끼리 고민을 해야할 일은 아니라고 판단하고 그 직원과 함께 회의를 하기로 했다. 그 직원은 들어오기 전에 그 팀의 팀장과 잠깐의 면담을 가진뒤라 어떤 이야기가 오갈지에 대해 예상을 하고 있었던 듯 했다.

  팀장끼리의 회의 뒤에 그 직원을 회의실로 불러들였다. 그 직원은 자기의 상황이 억울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던 듯하다. 물론 그 직원의 입장에서는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대리로서 업무는 대외에 내세울 수 있는 것만 하고 싶고, 일이 생겼을 때 책임은 위에서 다 져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듯한 직원의 입장에 많이 당황스러웠다. 물론 그 친구는 우리와 이야기할 때까지 자신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지 못했다.

  서로 상처뿐인 회의가 되었다. 그 친구의 업무를 덜어주는 선에서 업무 조정이 이루어졌다. 다만 그 친구가 생각하고 있는 부분 중 우리가 공통으로 잘못되었다고 인지한 부분에 대해서 충고를 해주고 앞으로 잘해보자고 마무리하는 선에서 회의를 마쳤다. 그 친구의 직속상사인 친구는 나에게 자신의 속상함을 토로했다. 너무나 믿었고 기대했던 직원이었기에 충격이 더욱 컸던 듯 했다.

  이렇게 좋기만 할줄 알았던 우리 부서의 관계에 어색함이 생겼다. 나도 그 친구의 태도는 충격이었지만, 더 큰 문제는 이 어그러진 관계를 어떻게 중심을 잡아가며 개선을 해가야하는 고민이 생겼다.

  오늘 아침, 회의의 대상이 되었던 친구와 일상적인 인사를 나누고 내 자리에서 그 친구의 업무를 지켜보았다. 어제 회의실에서의 당돌했던 모습은 간데없이, 일을 열심히 하고 잘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일을 하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어제 회의를 했던 다른 친구들은 미처 그 변화를 감지하지 못한 것 같았다. 하지만 질문하고, 내가 이야기하기 전에 일을 챙기고, 물으려고 하는 모습이 전보다 더 보여서 안심해도 되는 건가 혼자 생각했다. 하지만 하루만에 판단하기는 이르지라는 생각으로 업무를 마무리하고 있었다.

  문득 그 직원에게 이야기해줄 것이 있어 메신저를 했다가, 그 친구가 먼저 어제의 이야기를 꺼냈다. 집에 돌아가면서, 집에 돌아가서도, 많이 생각하고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고 했다. 본인이 잘못 생각했던 부분이 있었고, 말을 하면서 실수를 했던 부분에 대해서 인정하고 사과를 했다. 그리고 더 열심히 하겠노라고, 항상 감사하고 있다고 이야기를 했다.

  내 직속 팀원들이 받은 상처와 그들의 상실감을 생각하면 괜찮다는 말은 쉬이 나오지 않았다. 다만 나는 이 친구를 계속 믿고 싶었나 보다. 앞으로 더 나아지는 모습을 기대하겠노라 몇번이나 신신당부를 했다. 그러면서 문득 사원들이 부러워졌다. 아무런 고민없이 시키는 일만 잘하면 되는 위치에 있는 이들이 부러웠다.(그들의 노고를 비하하는 말은 아니다.) 위와 아래를 연결하느라 고민하지 않아도 되는 위치에 있는 이들이 부러웠다.

 그러면서 또 직속직원을 달래본다. 그래도 요즘 애들 중에 저렇게 자기를 돌아보고 잘해보겠다고 하는 직원이 어디있겠냐. 다른 부서 직원 하나는 오늘 새벽에 카톡으로 그만두겠다고 했다더라. 우리 애들은 그래도 반성할 줄도 알고 죄송하다고 할줄 아는 아이들이지 않니.

  관계에 서툰 내가 이렇게 중간에서 고군분투를 하며 살아간다. 항상 좋은 관계에 있고 싶은데 이렇게 널을 뛰게 될 때에는 정말 현기증이 난다. 너무 어렵다. 세상의 모든 관계들은 정말 어렵다.

  이 관계 속에서 어떻게 현명하게 살아가야 할지 늘 고민이다. 내 주변에 좋은 사람들이 이렇게 많은데 왜 나는 좋은 사람이 되는게 이렇게 어려울까?

  상실감으로 스몰 스텝이고 뭐고, 단톡방이고 뭐고 혼자 땅으로 파고 들어가는 날들이었다. 하지만 또 언제나 그렇듯이 툭툭. 털고 일어나려고 한다. 땅파고 있는 일은 나한테 어울리지 않는 걸 스스로 잘알고 있다. 어떤 힘들고 어려운 일이 있어도 '하하호호' 웃으며 살아가는 일. 글쓰기는 못해도 그거 하나는 잘하는 나다.

  다만, 관계의 가운데에서 조율해 나가는 일. 그 일에 대한 공부가 더욱 절실해지는 요즘이다. 관계의 롤러 코스터를 타는 일은 정말 사양하고 싶다. 앞으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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