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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만나다

무엇을 어떻게 믿을 것인가 - 신뢰 이동 / 레이첼 보츠먼

by 오뚝이 루크 2019. 6.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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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뢰 이동'. 이름만으로 부담스럽고 두께는 더더욱 부담스러웠던 이 책은 블독모임(블록체인 독서모임)의 지정도서라 읽게 되었다. 내가 이 책을 읽어낼 수 있을까 걱정했지만, 생각보다 술술 읽히는 책이라서 감사했다. 2017년 이 책이 나왔을 당시에 읽었다면, 내용을 반도 이해하지 못했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 사이에 많은 공유 어플들을 만나고 사용했기 때문에 책에서 설명하는 내용이라 사례들이 한결 이해하기 쉬웠다.

  책의 제목이면서 핵심 내용인 신뢰 이동. 이는 지역적 신뢰에서 제도적 신뢰로, 제도적 신뢰에서 분산적 신뢰로 이어지는 신뢰의 역사전 진화를 의미한다. 현재의 우리는 제도적 신뢰에서 분산적 신뢰로 넘어가는 단계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참고*

  1. 지역적 신뢰 : 소규모 지역 공동체의 구성원들 사이에서 구체적은 누군가, 우리에게 친숙한 사람들에게 향하는 신뢰

  2. 제도적 신뢰 : 기관들에 대한 신뢰.(번역된 내용은 이 부분을 오역했다는 지적이 있어 모임에서 들은 내용으로 정리하였다.)

  3. 분산적 신뢰 : 개인들 사이에 수평으로 오가고 네트워크와 시스템을 통해 가능한 신뢰

 

  책은 총 10개의 목차로 구성되어 있었는데 그중에서 재미있게 읽었던 목차들의 내용을 정리해 보았다.

 

<1장 어떻게 낯선 판매자를 신뢰할 수 있을까?>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지인과는 돈으로 엮이지 말라고 한다. 보증도 서지 말고, 빌려주지도 말고, 동업을 하지 말라고도 한다. 그런데 우리는 정작 얼굴도 모르는 판매자들에게서 물건과 서비스를 구매한다. 나 역시도 온라인으로 많은 것을 구매해왔고, 초반에 신기하다고는 생각했지만 이상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만약 우리가 모니터 너머에 있는 사람을 신뢰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온라인 거래를 이용하지 않았을 것이고, 그것은 결국 사라지고 말았을 것이다. 하지만 온라인 시장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규모가 커지고 있다. 과연 그것이 어떻게 가능한 것일까?

 

  첫 번째는 시스템에 대한 신뢰로 관계의 신뢰를 뛰어넘게 했다는 것에 있다. 중국 최대 전자 상거래 회사인 알리바바는 트러스트 패스라는 인증 시스템을 도입했다. 판매자가 트러스트 패스라는 인증을 받으려면 제3자의 신분증명서와 은행 계정을 확인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절차를 거치고 나면 해당 판매자가 공식 업체라는 이미지를 가질 수 있도록 브랜드를 만들고 가상의 매장 진열대를 꾸밀 수 있도록 지원하는 시스템이다. 이렇게 인증을 받은 업체는 주문 문의가 평균 6배 증가했다. 낯선 판매자에 대한 신뢰의 문제를 해결한 것이다.

 

  두 번째는 정보의 비대칭성을 극복하는 것에 있다. 어느 한쪽이 정보를 더 많이 가지고 있는 경우, 그 사람이 자기의 이익을 위해 상대방에게 불리한 거래를 유도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의사가 환자가 병에 대한 내용을 잘 모르는 것을 빌미로 더 비싼 약이나 치료를 권하는 경우가 있겠다. 마그레브의 상인들은 현지 중개인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여 정직하게 거래하는 중개인에게 일을 주고 그렇지 않은 중개인에게는 일을 주지 않았다. 중개인들은 장기적으로 봤을 때 정직하게 거래를 하는 것이 이익이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에 거래 상대방이 멀리 있는 것을 이유로 사기를 치지 않았다. 

 

  신뢰의 도약을 통해 우리는 아래와 같은 이점을 얻을 수 있다.

 1. 할 수 있는 일의 범위가 넓어짐

 2. 인간이 창조할 수 있는 것과 창조자가 될 사람의 범위가 확장됨

 3. 협업과 창조의 범위가 확정되어 새로운 기회가 열림.

  위와 같은 이유에서 신뢰가 중요하고 미지의 대상을 신뢰하는 과정이 경제 발전에 있어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다.

 

<2장 그들은 우리와 한배를 타지 않았다>

  2장은 제도적 신뢰가 무너진 사례를 보여주고 있다. 미국에서 발각된 가장 비윤리적인 의학 실험인 터스커기 연구와 세계의 엘리트들과 유명인들의 비윤리적인 행태를 보여준 파나마 페이머스 사건이 바로 그것이다.

 

  1. 책임의 불평등 : 부정행위로 처벌받는 사람이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도 존재

  2. 격리된 반향실 : 각자의 문화적 게토 안에 머물러 다른 사람의 목소리를 듣지 못함

  3. 권위자의 쇠퇴기 : 디지털 시대에는 계층 격차가 좁아지고 전문가와 부자와 권력자에 대한 신뢰가 하락

 

  레이첼 보츠먼은 위와 같은 이유에서 다양한 엘리트 집단에 대한 신뢰가 동시다발적으로 추락했다고 언급하고 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분산적 신뢰가 등장하게 되었다. 나는 특히 책임의 불평등이 가장 눈에 띄었다. 우리가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사례이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 3장 낯선 사람의 차에 올라탈 수 있는 이유>

  블라블라카는 장거리 여행 차량 공유 플랫폼이다. 현재 유럽에서 가장 비중을 많이 차지하는 교통수단이 되었다. 하지만 처음 서비스를 시작했을 때는 개념을 설명하는 것부터 쉽지 않았다. 블라블라카가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여러 단계를 거쳐야 했다. 

  1. 차량 공유 개념이 안전하고 시도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신뢰할 수 있어야 함

  2. 플랫폼 회사를 신뢰할 수 있어야 함(이용자가 차량에 탑승하기 전에 회사에서 나쁜 사과를 골라내고 문제가 생기면 고객을 도와줄 거라는 인식 형성)

  3. 다양한 정보를 참조해서 상대가 믿을 만한 대상인지 판단할 수 있게 함

 

사람들이 신뢰를 형성할 때 수반되는 공통된 행동 양식-신뢰더미

      새로운 발명품에 대한 신뢰는 우연히 생기지 않는다. 몇 가지 보편적인 심리적, 정서적 장애물을 극복해야 한다. 이것을 가능하게 해주는 세 가지 핵심 개념을 책에서 짧게 소개하고 있다.

  1. 캘리포니아롤 원리 : 새로운 것을 친숙한 것과 결합시켜 '이상하지만 친숙하게' 만드는 기본 원리

  2. WIIFM 요인 : 우리가 그 기술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3. 신뢰 인플루언서 : 어떤 일을 하는 방식에 중요한 변화를 일으키는 데 강력한 영향을 미치는 사람들

                             신뢰 인플루언서가 신뢰 도약을 감행하고도 살아남은 사례가 충분히 쌓이면 많은 사람이 신속히 그 뒤를 따름

 

<4장 내가 신뢰하는 대상은 누구인가>

  2016년 우버 기사가 시민들에게 총격을 가한 사건이 있었다. 그 기사는 평점이 5점 만점에 4.73이었고, 전과가 없는 사람이었다. 이런 경우에 책임을 누가 질 것인가에 대한 문제는 내가 누구를 신뢰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와 연결되어 있다.

 

  이전에는 큰 마을을 이루고 살면서 직접적으로 아는 관계를 중심으로 한 친밀한 신뢰 집단을 이루는 것이 가능했다. 하지만 기술이 발전하고 사회의 규모가 커지면서 그와 같은 집단의 유지가 힘들어졌다.

  그래서 평판이 중요한 자산이 되었다. '브랜드'라고 불리는 개념의 초기 형태도 개인의 평판에 좌우되었다. 산업시대가 브랜드를 만나며 신뢰는 중앙에 집중되고 하향식이 되었으며 불투명해지고 통제되고 제도화되었다고 저자는 언급한다.

 

  그러나 21세기에 소셜 미디어가 출현하면서 신뢰가 소비자에게 영향을 주는 방식에 변화가 일어났다. 소비자가 자신의 경험을 대대적으로 공유하기 시작한 것이다. 결국 소비자이면서 동시에 참가자이고 홍보대사이기도 했다가 때로는 가차 없이 비판하는 주체가 되기도 한다.

 

  곧 현재는 고객이 공동체를 이루고, 이런 공동체가 그 자체로 브랜드의 성공과 실패에 영향을 미치는 플랫폼이 되었다면(공동체=플랫폼), 앞으로는 신뢰가 플램폼에도 있고 공동체 사람들 사이에도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에어비앤비를 예로 들면 에어비앤비라고 하는 플랫폼과 호스트 게스트 사이의 연결성을 믿어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저자는 신뢰 과정에 속도가 붙으면 충동적이 되기 쉬우므로 의식적으로 속도를 늦추고 심사숙고해서 플랫폼에 대한 신뢰 여부를 결정할 것을 권한다.

 

<8장 인공지능을 신뢰한다는 것>

  인간은 기계가 어떤 것을 처리해줄 것이라는 신뢰를 가지고 있다. 앞으로 이 신뢰는 우리가 무엇을 하고, 언제 할지 기계가 결정해줄 것이라는 내용으로 바뀔 것이다. 다만, 봇이 윤리적으로 행동할 수 있는가, 인간의 의도를 파악할 수 있는가는 여전히 물음표로 남아있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로봇이 신뢰성 있고 적절히 행동하게 만드는 책임은 여전히 인간에게 있다는 것이다. 새로운 분산 신뢰의 시대에는 새로운 책임 체계를 갖춰야 한다는 것이 이 장의 내용이다.

 

<9장 블록체인 I : 디지털 골드러시>

  신뢰의 영역에서 볼 때 비트코인이 중요한 이유는 어느 개인이나 제3자가 통제하거나 보증하는 방식이 아니라, 모두가 기록의 정확성에 동의하는 영구 공공 기록 생성이 가능하게 되었다는데서 찾을 수 있다. 중앙(은행)에서 관리하던 거래 청산의 책임이 비트코인 네트워크의 수많은 채굴자와 수천 대의 컴퓨터로 분산되어 신뢰가 공유된다.

  사실 신뢰성 있는 기록은 모든 유형의 거래에서 중요하므로 작가는 비트코인 보다도 블록체인 기술 자체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이 장을 마무리한다.

 

<10장 블록체인 II : 진실 기계>

  해당 장에서는 블록체인의 활용 가능한 여러 가지 사례들을 살펴봄과 동시에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블록체인이 나아갈 것인지를 전망해 본다.

 

<블록체인 기술의 활용 사례>

 1. 주식부터 콘서트 티켓까지 모든 유형의 자산을 블록체인에서 빠르고 투명하게 전송

 2. 원산지부터 고객에 이르기까지 제품의 공급망을 추적하는 서비스(ex. 의약품)

 3. 스마트 계약 - 대출이든 일자리든 투자든 블록체인의 모든 거래에 대한 디지털 계약 / 코드로 작성되며 원칙적인 지시에 따라 자동으로 실행되도록 사전 설정된 조항이 포함 - 자기 충족적이고 코드로 입력된 그대로 실행됨

 

아직은 블록체인에 관한 여러 개념이 모호하고 위험하고 급진적으로 보이나, 인터넷이 우리가 정보를 공유하고 소통하는 방식을 바꿔놓았듯이 블록체인은 가치를 교환하는 방식과 신뢰의 대상을 바꿀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마지막 결론에서 저자는 분산적 신뢰의 문제점을 이야기한다. 

 1. 분산적 신뢰가 시장의 힘과 인간의 탐욕에 저항할 수 있을 것인가

    (아마존/알리바바/페이스북처럼 사업이나 정보를 민주화하기 위한 도구로 출현했다가 정보를 지배하는 중앙집권적 거대 기업으로 변모)

 2. 정부가 시민을 통제하는 수단이 될 우려(ex. 중국의 사회신용제도)

 3. 봇부터 블록체인에 이르기까지 새로운 기술이 사람들을 익명화하거나 다른 사람을 신뢰할 필요성을 완전히 제거하려 함 - 인간이 뒤틀리기도 하고 변형되기도 한 존재이지만, 신뢰를 가능하게 해주는 주체도 인간이라는 점을 간과

 

  기술은 우리가 더 좋고 더 새로운 선택을 사도록 도와줄 수 있지만, 결국 누구를 신뢰할 것인가, 우리의 신뢰를 받을 자격이 있는 상대가 누구인가, 라는 질문의 해답을 찾는 주체는 우리 자신이다. .... 분산적 신뢰에서는 신뢰 휴지trust pause 가 필요하다. 스마트폰을 자동으로 누르고 옆으로 넘기고 공유하고 수용하기 전에 잠시 차분히 생각하는 여유가 필요하다. 적절한 질문을 던지고 판단에 도신이 되는 적절한 정보를 찾기 위해서다.
신뢰 이동 390p

  결국 기술을 만들고, 활용하고 발전시켜 나가는 주체는 바로 인간이기에 기술이 만들어내는 문제점에 대비하고 이를 해결해야 하는 것도 인간이라는 점을 여러 곳에서 강조하고 있다. 또한 무엇을 믿을 것인가 결정하는 주체도 인간임을 이야기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아무래도 내용이 방대하고 내용을 연결하려고 하다 보니 책의 내용을 요약하는 수준이 되었는데 이도 충분하게 담아내지 못한 것 같아서 조금 아쉽다. 공유 경제에 특별히 아는 바도 생각하는 바도 없었던 내가 그것을 나도 모르는 사이에 신뢰하고 있는 점을 깨달을 수 있었던 점과 기발하다고 생각했던 플랫폼 서비스들이 시작되게 된 배경과 성장하는 과정을 그려낸 점이 굉장히 흥미로웠다.

 

  앞으로 우리에게 다가올 기술이나 산업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를 스스로 생각해 보는 부분은 분명히 필요하다. 그 부분에 대해서 준비하고 생각하고자 하는 분들이 읽으면 좋을 것 같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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