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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만나다

삶의 균형을 생각하다 - 체육관으로 간 뇌과학자

by 오뚝이 루크 2019. 7.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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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체육관으로 간 뇌과학자' 

  부끄럽지만 내가 처음으로 읽은 뇌과학 관련 도서이다. 20대 초반 그나마 읽었던 책은 자기 계발서, 흥미 위주의 소설이 전부였던 나. 그나마도 직장생활을 시작하며 바쁘다는 핑계, 피곤하다는 핑계로 독서를 등한시했더니 굉장히 오랜 기간 책을 읽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새로운 분야를 접할 기회는 더더욱 없었다. 

 

  그래서 이번 책에 특별히 더 호기심이 일었는지도 모르겠다. 운동이 너무나 필요한 몸을 하고서 운동을 피하고 있는 지금의 나에게 회초리가 되어줄 수 있을 것 같았다.

 

<성공했지만 자신을 잃은 그녀, 웬디 스즈키>

  저자인 웬디 스즈키. 그녀는 40세가 채 되기도 전에 뇌과학 분야에서 뛰어난 과학자로 인정받으며, 어린 나이에 수상도 하고 종신 교수직을 얻었다. 성공을 향해 달릴 때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목표를 이루고 나니 하나씩 보였다. 달라진 허리둘레, 갈 곳 없는 자신, 잃어버린 꿈. 그녀는 꿈이 많던, 사랑을 알던 사람과 다시 만나고 싶었다. 그리고 자신의 전문 분야인 '뇌'를 이용해 그 방법을 찾아보기로 한다.

 

<기억해야 할 개념 뇌가소성>

  뇌가소성 : 인간의 뇌는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게 아니라 경험을 통해 변화할 수 있는 능력을 기본적으로 갖추고 있다. 즉 변화를 통해 뇌에 새로운 연결망이 형성될 수 있는 뇌의 성질 - 28p-

 

  이 책에서 정의된 뇌가소성이다. 뇌가 가지고 있는 이 성질은 내가 늦었다고 생각하는 지금 이 나이에도 새로운 것을 배우거나, 나 자신을 바꾸기 위한 시도를 하는 것에 주저할 필요가 없다고 용기를 주는 마법 같은 단어로 머릿속에 각인되었다. 그리고 그녀는 어떤 여행을 계기로 시작하게 된 운동으로 이 뇌가소성을 체험할 수 있었다. 그녀의 인생에 변화가 시작된 것이다.

 

<운동으로 만나는 변화>

  그녀는 확언과 운동을 결합한 인텐사티라는 프로그램에 참여를 했고, 거기에서 유산소 운동과 두뇌 활동을 병행함으로써 두뇌와 신체의 연결이 촉발됨을 확인했다. 그녀는 다양한 운동법을 활용해 자신을 대상으로 실험을 했다. 그리고 높은 빈도의 운동이 주의력과 사고의 '연결' 능력을 향상하는 것을 확인했다. 살을 빼야 하는 것 외에 내가 운동을 해야 하는 이유가 하나 늘어났다. 배움의 효과적인 흡수.

 

  고3때, 공무원 시험을 준비했을 때 운동을 해야 체력이 생겨서 힘든 공부를 버틸 수 있다고만 이야기들을 했었다. 책 제목을 봤을 때 그런 내용이겠구나 생각을 했지만 막상 그 내용을 확인하고, 어떠한 원리로 그렇게 되는가를 확인하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다만 어떤 운동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숙제가 남았다. 사실 내 몸을 보면 다들 믿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운동하는 걸 꽤 좋아하는 편이고, 실제로 운동 신경이 꽤 좋은 편이다. 초등학교 때부터 고등학교 때까지 계주를 놓치지 않았고, 초등학교 때는 실제로 단 한 번이지만, 시대회에 단거리 선수로 출전한 적도 있다. 체력장 하면 항상 1등급이었고, 100M 달리기 기록 측정을 할 때, 친구들이 옆에서 같이 뛰어달라고 할 정도였다.

 

  하지만 뭔가 한가지 운동을 꾸준히 하는 것이랑 거리가 멀었다. 수영, 검도, 복싱, 재즈댄스. 배울 땐 재미있었지만, 그 재미가 오래가지 않았다. 그 운동들을 할 때면 스트레스가 풀리는 느낌이라 좋았다. 그런데 왜 나는 항상 중간에 그만두었을까?

 

  '체육관으로 간 뇌과학자' 의 내용을 보면서 짐작해 볼 수 있는 것은, 내가 보상회로를 활성화하는데 실패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내가 운동을 갈 때를 돌이켜보면, '귀찮지만 운동을 끊은 돈이 아깝고 재미있으니 간다'라는 의식이 있었다. 그러니 기간이 끝나고 더 이상 재미가 없으면 가지 않게 되었다. 물론 야근이 흐름을 끊으면 더욱 합리적인 이유가 생겼다. 운동 가기 싫은 나에게, 돈과 재미가 아니라 운동을 했기에 내가 얻은 보상에 대해서 생각하게 했어야 했다.

운동은 중독성 있는 약물과 동일한 보상회로를 활성화하므로 약물 사용을 개시할 기회를 줄일 수 있고, 이미 시작되었더라도 약물 사용의 단계적 확대를 억제할 수 있으며, 경우에 따라 갈망을 억제하고 스트레스 수준을 낮추어 재발 가능성도 줄일 수 있다. 240P

  나의 경우는 약물이라는 단어 대신 탄수화물이라는 단어로 치환하면 들어맞는다. 운동으로 인해 탄수화물을 떨칠 수 있는 힘을 얻었다는, 그런 보상이 생겼다는 의식을 가지고 운동에 임했다면 어땠을까? 그럼 몸무게 1KG에 일희일비하지 않으며, 운동에 대한 의욕을 상실한 동기가 줄어들 수 있지 않았을까?

 

  결국 그녀가 이 책을 통해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은 또 하나의 행복이다. 일/성공에 초점이 맞춰져 균형이 없던 삶에서, 사람, 운동, 나에 대해 관심을 갖고 그것에서도 기쁨을 찾을 수 있는 균형 잡힌 삶을 손에 넣었다. 그래서 행복해졌다. 내가 운동을 해야 하는 두 번째 이유다. 운동을 하기까지의 또는 하는 동안의 힘듦과 귀찮음에 갇혀 운동을 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것들을 외면하고 살았다. 사실 그동안도 머리로는 알고 있었을지 모르겠다. 다만 성장하고 싶은, 창의적이고 싶은 나의 마음들이 이 책을 만났다. 

 

  각 장마다 저자가 알려준 팁들을 조금씩 실천하다 보면 점차 삶에서 운동 비중이 늘어난 나를 만날 수 있을 것 같다. 앞에서 언급한 내가 했던 운동들은 조금 거창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녀가 알려준 뇌와 함께 하는, 뇌를 자극하는 운동들을 조금씩 하나 보면 달라진 나를 만날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한다. 

 

  책을 읽는 동안 서평을 쓰게 되면 넣고 싶었던 내용이 참 많았다. 책이 워낙 재밌기도 하고, 실험이나 뇌의 동작 원리들이 이해하는데 별 무리가 없었다. 웬디의 경험담을 보며 나의 경험을 떠올리기도 했다. 다만 재주가 없어 이 책의 재밌는 내용을 담을 수가 없어서 안타깝다. 

 

  나는 행복한가? 스스로 자문해본다. 불행한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지는 않다. 함께 울고 웃을 수 있는 가족이 있고, 나를 응원해주는 친구들이 있고, 배울 수 있는 사람과 장소가 있다. 다만 행복에 단계가 있다면 조금 더 올라갈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거기에 필요한 퍼즐 중에 하나가 운동이라는 걸 웬디를 통해 깨달을 수 있었다. 미뤄둘 필요도 없이 당장 내일부터 신랑과 자전거를 타고 안양천을 달려야겠다. 내가 행복해지기 위해 내 몸과 뇌를 연결하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그동안 방치되어온 것은 뇌의 일부만이 아니었다. 나는 몸 전체를 소홀히 하고 있었다. 황폐해진 뇌 일부를 자극하는 것보다 몸 전체를 작동시키는 것이 더 시급했다. 다시 말해,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뇌 전체를 균형 있게 사용해야 할 뿐 아니라 뇌와 몸을 연결해야 한다. - 1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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