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판과 함께한 지 어느새 1년 5개월 정도 되었고 독서 모임에 참여한 기간도 얼추 비슷하다. 그동안 독서모임을 참여하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배웠다. 독서모임을 하면서 가장 좋은 것은, 책을 다양한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다는 점이다. 10명이 모여서 독서 모임을 하면 10권의 책을 읽는 듯한 느낌이 든다. 그래서 발제에 대한 부담감을 가지면서도 계속 독서 모임에 참여하는 것 같다.
그동안의 문래 모임은 푸근하고 편안한 느낌이었다면 이번 모임은 새롭고 풍성한 느낌이었다. 다양한 나이와 성별과 직업군을 가진 새로운 분들이 합류했기 때문인지, 책이 워낙 시사하는 바가 크고 깊게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아서인지는 알 수 없다. 다만 나뿐만 아니라 많은 분들이 이번 모임을 유난히 즐겁게 생각하고,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었고, 그래서 더욱 풍성한 시간이 되었음에 공감했다. (이전 모임도 물론 즐겁고 유익한 시간이었음 두 번 말하면 입 아프다!)
분기 첫번째 모임의 첫 순서는 언제나 자기소개! 3가지 키워드로 자기소개를 돌아가면서 한 후 바로 발제로 이어졌다. 이번 모임의 발제는 김지선 님/김영균 님/도혜민 님께서 수고해주셨다. 3분 다 발제 내용을 잘 정리해주셔서 뜬구름처럼 떠다니던 책의 내용들이 어느 정도 얼개를 잡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발제는 항상 어렵지만, 다른 사람의 발제 내용을 보고 발표를 듣다 보면 책의 내용을 정리하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 항상 하는 생각이지만 성장판 독서모임의 가장 큰 강점은 '발제'이다. 발제를 하면 듣는 사람은 어려웠던 내용이나 정리가 잘 안되던 부분에 대해서 실마리를 얻을 수 있고, 발제자는 발제 준비를 하면서 책의 내용을 자신의 것으로 소화시킬 수 있다.
발제를 하고 난 뒤에는 토론이 진행되었다. 이 날은 미국에 계시는 미경님께서도 함께 해주셔서 더욱 풍성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이 날 토론 주제는 '나는 왜 책을 읽는가' 에서 시작해서 다양한 주제로 뻗어나갔다. 변화하는 시대에 반드시 아이들에게 책을 읽혀야 하는 것일까, 양손잡이 뇌의 필요성 등 다양한 주제들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특히 양손잡이 뇌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때 미경 님이 미국 현지에서 겪는 두 가지 언어 습득에 대한 어려움과 필요성 등 체험담과 주변 이야기를 나누어 주셨는데, 내가 체험하지 못하고 전혀 모르던 이야기들이라 더욱 흥미롭게 들을 수 있었다.
다양한 이야기가 오가던 중 기억에 남는 이야기가 있어서 적어보았다. 어느 분께서 말씀해주셨는지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아 죄송할 뿐.
'어떻게 책을 읽을까는 어떻게 여행할까와 비슷한 것 같다. 9박에 8개국을 여행할 것인지, 9박에 1개국을 여행할 것인지는 곧 책을 많이 읽을 것인가, 적더라도 깊게 읽을 것인가 하는 문제와도 같다. 개인적으로는 적게 읽더라도 머무르는 게 더 좋은 것 같다.'
꽤 긴 시간 마음에 남을 것 같은 말씀이었다.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책을 읽어야 할 것인가에 대해 좀 더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마지막 시간은 모임 후기를 나누는 시간이었다. 워낙 책의 내용이 좋았고,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훈훈했던지라 후기마저도 따뜻한 내용들 일색이었다.
1. 성장판이 아니었다면, 절대 읽지 않을 좋은 책을 읽을 수 있었다. 책 내용이 처음에는 어려웠지만, 서서히 빠져들게 되었고 독서모임을 통해 다양한 분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간접경험을 할 수 있었다. 참가자 분들께 감사드린다.
2. 맨 처음에는 '내가 왜 7~9장 발제를 한다고 했을까?'라고 생각했지만, 하지 않았다면 이 책을 끝까지 읽을 수 있었을까 생각이 들었다. 읽을 때는 어려웠지만 많은 도움이 되었다.
3. 같은 책을 읽고 함께 공유하는 것이 엄청 즐겁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똑같은 책을 읽어도 다르게 본다는 점이 정말 신기했다.
4. 이 책을 만나서 좋았고 내가 왜 책읽기가 어려웠는지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5. 뇌과학 관련 책을 최근에 읽어서 그 때보다는 좀 더 수월하게 읽으며, 책을 대하는 나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바라볼 수 있어서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또 나누었던 주제가 풍성하고 다양한 경험을 들을 수 있었고, 다른 때보다 뭔가 더 즐거운 모임이었다.
6. 타지에서 이민자로 살아가면서 마주한 힘들 현실 속에서 독서는 나에게 생존이자, 탈출구이자 위안이었다. 이런 시간을 가질 수 있어서 의미 있고 행복했다.
7. 아이들을 가르칠 때 어떻게 가르쳐야 아는지, 아이들이 왜 책을 읽어야 하는지에 대한 답을 얻을 수 있었다. 독서모임에 오면 나의 부족한 시야에서 벗어나 많은 분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들으며 더 넓은 시야로 책을 바라볼 수 있었다.
8. 혼자 이 책을 읽어도 좋았겠지만, 함께 읽고 생각을 나눌 수 있어서 더 좋았다. 아이들을 가르칠 때 여러 가지 생각이 많았지만, 그 생각을 좀 더 구체화할 수 있었다.
9. 늘 독서모임을 참석할 때 기분이 좋다. 다양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행복했다.
10. 타이밍이 좋았다. 지난 주 SBS 스페셜 내용과 많이 연관된 책을 읽고 독서모임에 참여해서 더 많은 걸 얻을 수 있었고 그래서 더 감사한 시간이었다.
11. 이 책을 처음 보았을 때 표지를 보고 서정적인 책인 줄 알았지만, 내용을 읽어보고 '배신당했다'라고 느낄 정도로 어려운 책이었다. 그래도 발제를 준비하면서 그동안 알지 못했던 내용을 배울 수 있었다.
12. 이 책을 읽으면서 깊이 생각할 수 있었고 좋은 분들과 좋은 책의 내용을 나눌 수 있어서 좋았다.
13. 그 동안 오래 독서모임을 해왔지만 지루했던 적이 없었지만 이번에는 유난히 더 즐거운 시간이었다. 그리고 내가 추천한 책이 다른 분들에게 큰 도움이 될 때의 행복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이 책도 많은 분들이 좋아해 주셔서 감사했다. 앞으로 두 번 남은 독서모임도 다 함께 발제하면서 모두가 성장하는 독서모임이 되었으면 좋겠다.
함께 참여하신 분들의 표정만 봐도 얼마나 좋은 시간이었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만 같다.
나는 항상 평면의 책을 읽는데 독서모임이 항상 그 책을 4D로 만들어준다. 내가 독서모임을 계속하게 되는 이유이다. 다음 독서 모임에서는 어떤 새로움을 만나게 될지 실로 기대가 된다. 그리고 나도 함께하는 분들께 그런 새로움을 나눌 수 있기를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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