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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만나다

선물하고 싶은 책을 만나다 - 관계의 물리학 / 림태주

by 오뚝이 루크 2019. 5.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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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제나 관계는 참 어렵다. 단 한번도 쉬웠던 적이 없었다.

  그렇다고 이상한 사람들만 만난 건 아니다. 오히려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나왔다. 그래서 항상 나는 인복이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을 했다. 그들에게 항상 좋은 사람이고 싶고, 누군가를 서운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항상 관계가 어려웠다. 관계를 맺는 것보다 그것을 유지하는 일이 참으로 어려웠고 지금도 많이 어렵다.

 

   특히 회사에서도 밑에 직원들이 많이 생겨나면서 위에 부서장 및 임원들과 나의 팀원들 사이에서의 역할과 포지셔닝에 대해서 고민을 많이 하게 되었다. 그러던 중 회사에서 발생한 직원 간의 갈등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관계'의 직접적인 어려움에 직면하게 되었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기도 하고 앞으로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해야 하는 고민도 깊어지게 되었다.

 

  이렇게 힘든 상황에 맞닥뜨리자 전에 독서모임에서 좋다고 많은 분들이 이야기했던 책, '관계의 물리학'을 빨리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는 미룰 수가 없었다. 나의 답답함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그 책이 필요했다.

 

  절박함의 끝에서 만난 '관계의 물리학'

  이 책을 읽으며 많이 공감하고 큰 위로를 얻을 수 있었다.
 

 

 

 1. 심리학 서적, 자기계발 서적이 아닌 편안한 에세이

 

  사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 림태주 작가를 알지 못했다. 독서와 멀리 떨어져 있는 삶을 살아서 들어볼 기회가 없었다. 그래서 작가 이름만으로는 이 책이 전문 심리학 책인지, 자기계발 서적인지 모르고 구매했다. 표지에 '림태주 에세이'라고 써 있지만 그걸 보지도 못할만큼 마음의 여유가 없었나 싶었다. 무작정 구매했고 그냥 읽었다. 작가의 말부터 마음이 움직이는 느낌이라 서문 전체를 독서노트에 필사했다.

 

  나는 길을 내며 걸었고, 그 위에 살았고, 그로부터 인생을 배웠다. 여기 풀어놓은 관계에 관한 글들은 그러므로 내가 길 위에서 겪은 기쁘고 슬프고 아프고 외로웠던 일들의 기록이다. 온전히 내 것도 아니고, 유별난 삶의 의미를 담고 있지도 않다. 당신이 살면서 알게 된 세상살이의 이치와 크게 다르지 않다. 나는 글의 그물을 던지는 사람이라서 기억해둘 만한 관계의 은유 몇 낱을 여기 붙잡아 두려고 했을 뿐이다. 

 

<관계의 물리학 7P 닿으며 中>

  작가가 서문에서 말하는 것처럼 다른 어느 책에서도 찾을 수 없는 특별한 내용을 이 책이 담고 있지는 않다. 다만 개인적인 경험을 짧은 글로 풀어내고, 수십가지의 글을 모아놓은 책이다 보니 다양한 이야기들이 들어 있었다. 그래서 나와 공감이 가는 이야기들을 쉽게 찾을 수 있는 점이 이 책을 가슴에 담아가며 읽을 수 있었던 원동력이 아닐까 한다.

 

  2. 예쁘게 표현하고 똑똑하게 비유하는 책

 

  이 책을 읽으면서 내내 들었던 생각은 '책이 참 예쁘다'였다. 표지도 예쁘지만 내용을 표현하는 작가의 표현이 참 예뻤다.

  아침마다 태양은 광속으로 출근하고, 매일같이 야근하는 달은 보석박람회를 연다.

 

<관계의 물리학 18P>

 

  일상은 새로운 특별함이 아니라서 단조롭고 예사롭다. 그래서 잘하는 게 성실 밖에 없다. 성실한 관계가 반복되면 믿음이 생긴다. 믿음은 관계에 안정감을 불어넣고 활력을 불어넣는다. 생동하는 삶은 리듬이 되고, 리듬이 반복되면 음악이된다. 일상은 단순하고 반복적인 관계의 리듬이다.

 

<관계의 물리학 19P>

 

  시작부터 이런 예쁜 표현들을 만나게 되니, 책이 더 쉽게 술술 읽혔고, '나도 이런 멋진 표현을 쓸 수 있을까' 에서 시작해 '나도 이런 표현을 쓰고 싶다!'에 이르게 되었다. 내용을 떠나서 멋진 글귀를 읽는 것만으로 치유받는 기분이 들었다. 많이 공감할 수 있다는 이야기는 비판적인 시각에서는 뻔한 이야기라고 바꿔 말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런 평범한 내용을 특별하게 만들어 주는 것이 림태주 작가가 가진 고유한 능력이라는 생각이 든다.

 

  오랜 친구란 단순하게 긴 발표의 시간을 견딘 것만으로 붙여지는 이름은 아닐 것이다. 그 관계 안에는 갖가지 불순한 효모들과 잡균들이 섞여든다. 향기로운 빵을 얻을 때처럼 그것들을 받아들이고 껴안으며 나 자신 또한 기꺼이 발효되기를 주저하지 않아야 한다. 된장 뚝배기 같은 우정은 그렇게 얻어지는 것이다.

 

<관계의 물리학 54P>

  친구 관계에 대해 비유하는 글들이 참 많이 있지만, 내가 본 글귀 중에 가장 빛나는 표현이다. 친구 관계가 한 사람의 노력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서로 노력해야 하는 일이라는 것. 기쁜 일, 행복한 일만 함께 하는 것이 아니라, 힘들고 어려운 일도 함께 하는 것이라는 모든 내용이 함축되어 있는 문장이다.

 

  이 표현 뿐만 아니라 관계를 날씨에 표현해서 풀어내거나, 만유 인력의 법칙과 같은 물리 이론을 관계에 빗대기도 하였다. 이런 비유들이 억지스럽지 않고, 우리가 평소에 고민하던 부분을 잘 담아내고 있었다. 내가 좋다고 생각한 모든 표현을 이 안에 나열하기는 어렵다. 다만 책을 꾸준히 읽는 것을 넘어서 글을 쓰고 싶은 사람들이 한번쯤 읽어보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3. 관계에서 시작해서 인생을 바라보게 하는 책

 

  책의 처음은 관계에 대한 내용에서 출발하지만, 관계 뿐만이 아니라 관계의 형성 유지를 위한 말(언어), 우리가 왜 관계를 형성하고 유지하려 하는가에 대한 물음을 던지는 행복, 내가 누구인가를 들여다보는 마음에까지 확장해서 내용을 전개하고 있다. 이 모두를 종합해보면 우리의 삶이 된다. 많은 단편의 이야기들은 계속 나에게 물음을 던지게 하고 나의 어떤 것을 돌아보게 했다. 내가 다른 사람과 어떻게 관계를 맺어왔는지, 나는 왜 행복을 유예하며 살아왔는지, 내가 누군가에게 상처주었던 그 말이 나의 어떤 마음에서 나왔는지 등 많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질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질문의 답을 채워나가다보니, 내가 어떠한 방향성을 가지고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하는 인생 철학이 조금씩 세워지고 있었다. 그 동안 자신만의 뚜렷한 가치관과 철학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들을 부러워했다. 인생에 정답이 없다고 하지만 그 분들은 인생의 답을 알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책이 던지는 질문에 귀를 기울이고 사유하고 답을 찾아보면서 나도 그들에게 한걸음 다가간 기분이 들어서 조금 으쓱해졌다. 나도 철학이 있는 사람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생겼다.

 

 

  에세이라서 금방 술술 읽을 수 있을 것만 같지만, 생각하고 나를 돌아보는 과정을 함께 해나가다 보니 책을 읽어내는데 생각보다 꽤 시간이 걸렸다. 나누고 싶은 문장도 많고 공유하고 싶은 내용도 많지만, 이 안에 도저히 담아낼 수가 없어서 슬픈 마음으로 나의 부족한 능력을 책망해본다. 다만 관계 때문에 힘든 사람들 뿐만 아니라, 앞으로 차곡차곡 자신의 인생을 쌓아갈 많은 이들이 이 책을 알고 읽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이 글을 적고 있다.

 

  그 동안 책을 선물하는 일이 참으로 어려웠다. 취향이 맞지 않을 수도 있고, 상대방이 책에 관심이 없는 사람일 수도 있다. 하지만 취향이 어떻든, 책에 관심이 있든지 없든지 모든 사람은 '관계'를 맺고 살아간다. 그리고 세상을 '살아'간다. 그리고 때때로 '관계'와 '삶' 속에서 시험에 들기도 하고 고민하기도 한다. 그래서 이 책을 선물하는데는 망설일 필요가 없었다.

 

  앞으로도 누군가에게 선물을 하고 싶을 때 자꾸 이 책이 생각날 것만 같다.

 

지금 당신이 사랑하는 누군가와 함께 살고 있다면, 그 사람도 처음엔 전혀 모르는 다른 사람이었을 것이다. 당신에게 사랑하는 아이가 있다면, 그 아이는 분명 다른 사람을 통해서 당신에게 왔을 것이다. 다른 사람없이 당신이 행복했던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다른 사람없이 당신이 이 세상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단 하나도 없다. 다른 사람이 나의 존재의 근거다.

 

관계의 물리학 14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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