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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담론

내가 맞은 따귀들에 대한 고찰

by 오뚝이 루크 2020. 7.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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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 http://chi.gomtv.com/cgi-bin/imgview.cgi?nid=10581235&type=11

  지난주에 '따귀 맞은 영혼' 1부를 읽고 간단히 게슈탈트 심리학가 무엇인지 슬쩍 엿보는 글을 썼었다. 그리고 내가 맞은 따귀들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기로 했다. 그 글을 시작하는데 무려 일주일이 걸렸다.

 

  <따귀 1.>

  원래도 살이 찌고 체격이 있었지만 결혼하고는 어떻게 이럴 수가.. 싶게 살이 쪘다. 혹자는 마음이 편하냐, 신랑이 잘해주나 보다 속없는 소리들을 해댄다. 어찌 되었든 아기를 갖기도 전에 체중이 불어나고 체형이 거대해진 건 나로서도 굉장히 스트레스를 받는 일이다. 나랑 친한 친구들은 오히려 조심스러워하는데 나랑 친분이 깊지 않은 사람들이 나이가 많다고 함부로 이야기를 하곤 한다.

  "김 과장은 살만 빼면 예쁠 텐데~"

  "예전에 인기 많았겠어~"

  "건강 생각해서 살 좀 빼~"

 

  나를 칭찬하는 척 돌려까고, 위해주는 척 한마디 보탠다. 차라리 대놓고 욕을 하면 싸우기라도 하지.

  "어머~ 제 살에 지분 없으시잖아요~ 밥이라도 한 끼 사주면서 그런 말씀하세요. ^^"

  나름 반격하지만 속은 시원하지 않다.

 

 <따귀 2.>

  이전 회사에서 마지막에 참 힘들었다. 

  어딜 가든 좋은 사람들과 함께라서 감사하다고 생각했다. 처음 F회사를 갔을 때는 적응이 쉽지 않았다. 왠지 모르겠지만 배척하는 느낌이 들었고, 누가 봐도 명확했던 텃세.

  그런데 텃세 부리던 직원들이 남은 이들 고생하라고 우르르 퇴사했다. 그 빈자리를 채우는데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몇 번의 드나듬 끝에 안정화된 우리 팀은 좋은 분위기를 유지할 수 있었다. 나도 노력했지만 항상 그렇듯이 좋은 사람들을 만났기 때문에 가능했다.

 

  밑에 직원이 성장하면 괴롭혀서 내보낸다던 S 씨의 병이 도졌다. 이번에 타깃이 된 것은 가장 경력이 길고 팀원들에게 나름 의지가 되던 나였다. 영업부서와의 친분, 팀원들의 신뢰. 모든 것이 그에게는 눈엣가시였다. 팀원 중 한 명이 출산휴가에서 돌아오던 11월의 첫날부터 괴롭힘이 본격화되었다. 넘겨줄 업무가 많으니 내 업무를 다른 팀원에게 인수인계하라는 지시가 내려왔고 바보처럼 열과 성을 다해서 업무를 넘겨주었다. 내게 돌아온 업무는 이사가 하는 일 중에서도 잡일. 내가 하던 일, 부서의 일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업무였다. 

 

  실적을 낼 수도 없는 일을 시켜놓고, 무능함을 이유로 연봉을 삭감하겠노라 했다. 작년까지 김 과장 일 잘하는 거 회사 모든 사람이 안다고 말하던 입으로. 팀원들 관리를 못한다는 말을 덧붙였다.

  지금도 기억난다. 사직서를 냈을 때 그 반응. 놀랍지도 않다던 반응이었다. 자리로 돌아와 자리 정리를 하는데, 사직서 날짜를 고치라고 자리에 와서 이야기를 하던 입을 한 대 때려주고 싶었다.  연차를 소진해야 하니 퇴사 일자를 남은 연차만큼 조정하라던. 그 다음날부터 다른 회사로 출근하기로 해서 불가능하다고 쏘아붙였더니 당황하던 그 표정. 퇴사하던 날에는 좋은 기억만 간직하자던 그 주둥이를 꼬집을 뻔했다. 

 

  내가 팀원들 관리를 못한다고 했던가. 나와 함께 3년을 일하던 팀원들은 지금 다 퇴사했다. 6개월 동안 4명이. 막내 직원들의 말도 안 되는 농간들에 S 씨가 놀아난 덕에. 그 사람이 중간 역할을 잘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다. 앞으로 그 부서가 얼마나 잘 돌아갈지 우리는 팝콘을 신나게 튀겨볼 참이다.

  아, 내가 그 사람에게 말해주지 않은 것이 있다. 나에게 못되게 굴던 사람들, 인생이 잘 안 풀리는 방향으로 가더라고.

 

<따귀 3>

  "아이를 안 낳는 거야, 안 생기는 거야?"

  안 낳는 거면 어쩔 거고, 안 생기는 거면 어떡할 건데? 안 생기는 거면 생기게 도와줄 셈인가? 참으로 무례하고 무신경한 질문들이다. 이런 잔인한 질문을 참으로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다. 

  게다가 안 생기는 것이고, 생기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하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물으며 훈수를 둔다. 병원은 가봤냐는 둥, 인공수정이 어쩌고... 내가 묻지도 않은 것들을 줄줄이 이야기한다. 심지어 정확한 정보 없이 모두 '카더라' 통신을 통해 귀동냥한 것들이다. 

  이런 상황이 싫어서 안 갖는 것이라고 했더니, 그래도 애는 있어야지 하며 훈계와 가르침을 시작한다. 어느 쪽으로 대답해도 참 괴롭다. 애초에 저런 질문을 듣고 싶지 않다.

 

  친분이 있어서 진심으로 걱정하는 사람들은 오히려 그런 이야기를 꺼내지 못한다.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고 하지만, 저런 무례한 이의 옷깃은 스쳤어도 인연이라고 생각하고 싶지 않다. 애초에 그런 부류의 사람들은 옷깃이 스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쓰다 보니 속에서 열이 올라와서 조금 격하게 글을 써버렸다. 너무 많은 이야기를 토해내서 민망하기도 하고. 이런 말들로 인해서 새겨진 마음의 상처들에서 어떻게 해야 벗어날 수 있을까?

  이 책은 뭐라고 말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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