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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담론

FEELING GOOD! 첫번째 이야기

by 오뚝이 루크 2020. 6.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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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뒤늦게 마음담론 6기를 신청하고 책을 주문했다. 급하게 신청하고 주문하느라 어떤 책인지 제대로 보지도 못하고 제목과 저자만 확인하고 주문한 뒤 받아든 책은... 아래 사진처럼 엄청난 두께를 자랑하며 나를 당황스럽게 했다.

 

580페이지나 넘는 필링 굿. 과연 내가 다 읽을 수 있을까?

  차마 펼쳐보지 못하고 책상 위에 던져두었는데, 금요일 저녁에 신랑이 심각한 얼굴로 나를 부른다. 

  "여보, 당신... 우울증 있어? 많이 우울해?"

  신랑은 심각했지만, 나는 터져나오는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오빠, 그거 나 심리학 독서 모임 때문에 주문한 건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ㅡㅡ^"

  진심으로 놀랐던 신랑의 얼굴이 아직도 떠오른다. 우울증 탈출 책이라는 광고 문구 때문에 내가 우울증을 탈피하기 위해 책을 샀다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신랑의 재미난 반응을 뒤로하고 책을 집어들었다. 두께 때문에 괜히 더 막막한 마음이었다. 저자가 쓴 '감사의 말'조차도 장황한 것만 같았다. 우울증은 나랑 전혀 관련이 없는 이야기라고 생각하니 더욱 읽고 싶지 않아 졌다. 

 

  이번주는 78페이지까지만 읽어도 된다고 했던 나코리님의 이야기를 떠올리며 힘을 내서 책장을 넘겼다. 우울증 뿐 아니라 공황장애를 극복하는데도 도움이 된다는 내용에 떠오르는 지인이 있어 열심히 읽고 권해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들며, 책에 흥미가 생겼다. 책장을 넘기다 보니 생각보다 어렵지도 않았고, 오히려 책에서 소개해주는 개념이나 문진표를 통해 객관적으로 나 자신을 들여다볼 기회가 주어지면서 책에 더욱 흥미를 갖게 되었다.

 

  책을 읽으며 굉장히 충격적인 대목이 있었다. 책 내용 자체는 충격적이지 않았지만, 나를 진단한 내용이 충격적이었다. 책의 44페이지에 번스 우울 진단표라는 내용이 실려 있다. 표에 나타난 증상에 점수를 기재하고 그 합산으로 현재 나의 우울한 정도를 측정하는 것이다.

 

  앞에서 잠깐 언급했지만 나는 평소에 우울증과 전혀 관련이 없다고 생각하고 살았다. 매사에 긍정적이고 나름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저 진단표를 통해 측정한 내 점수는 23점. 가벼운 우울 증세.

  경보를 울릴 필요가 없는 상태이고 문제를 완전히 해결해야겠다고 결심한다면 스스로의 힘만으로도 크게 좋아질 수 있는 상태이다. 다만 이 점수대가 몇 주 동안 계속된다면 전문 치료를 받아야 하고, 전문 치료사나 항우울제의 도움을 받으면 더 빨리 회복할 수 있는 단계라고 이야기한다.

 

  우울증 자체에 크게 거부감을 가지고 충격을 받은 것은 아니다. 다만 평소에 우울함이나 부정적인 감정을 잘 느끼지 못했다고 생각하고 생활했는데 우울증 증세가 있다는 에이 놀랐다. 스몰스텝을 하고, 조금이지만 글을 쓰고, 심리학 책을 읽으면서 조금씩 나를 알아가고 있다고 생각했다는데, 여전히 나를 잘 모르고 있구나 싶었다.

 

  하긴 30년이 넘는 시간을 스스로에게 무관심하게 살았는데 최근 1,2년에 불과한 시간을 투자했다고 나를 다 알수 있을 리가 없는데. 이제 나를 안다고 말하기에 너무 일렀는데 이미 나를 다 안 것처럼 생각했던 것이다. 참으로 경솔했다.

 

  우울증은 정신적 왜곡의 결과로 생겨나는 것이고 이 인지 왜곡에는 10가지 형태가 있다고 한다. (69P)

  1. 전부 아니면 전무라는 생각
  2. 지나친 일반화
  3. 정신적 여과
  4. 긍정적인 것 인정하지 않기
  5. 지나친 비약으로 결론 내리기(독심술의 오류 & 점쟁이 오류)
  6. 침소봉대(파국화) 또는 과소평가
  7. 감정적 추론
  8. '해야 한다'식 사고
  9. 낙인찍기 / 엉뚱한 낙인찍기
  10. 개인화

  앞으로 이어질 내용에서는 이 왜곡을 바로 잡는 방법을 소개할 예정이다. 책을 읽으면서, 책에 소개된 우울증을 탈피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공부하고, 내게 필요한 내용을 접목해볼 예정이다. 그런 후 번스 우울 진단표를 통해 다시 점수를 측정해보면, 이 책이 나의 우울증을 해소하는데 도움이 되었는지 객관적으로 알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 두꺼운 책을 무사히 읽어내기를, 그리고 존재를 알게된 나의 우울증을 벗어버리는데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마음담론 6기로 살아가는 4주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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