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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소리

길에서 만난 친구 - 내게도 기회를 주지 않을래?

by 오뚝이 루크 2019. 9.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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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사는 집에 이사 올 준비를 하느라 몇 번 방문을 했었다. 그때 동네의 터줏대감으로 보이는 길냥이들을 3마리 정도 만났다. 부모 & 자녀로 보이는 검은 냥이 두 마리와 포스가 범상치 않은 얼룩무늬 한 마리. 얼룩무늬 냥이는 굉장히 심하게 사람을 경계했지만  까만 냥이들은 조금 덜한 편이었다. 빤히 나를 보는 모습들이 어찌나 예쁘던지.

 

  동네에는 음식물 쓰레기가 나올만한 구멍이 없다. 카드를 찍고 기계 안에다가 버리기 때문에 냥이들이 음식을 구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음식물 쓰레기가 주식이 아니어야 하겠지만, 아이들이 배고프고 사람들이 손길을 내밀어 주지 않으면 오랜 기간 특히 겨울에는 먹이를 구하기 어려울 것 같았다. 그래서 냥이들을 만나게 되면 주려고, 냥이들을 위한 캔과 츄르를 구매해서 가방이 넣고 다니고 있다.

 

  가방에 간식과 먹을 걸 넣어다니게 되면서 퇴근길에는 항상 냥이들을 찾게 됐지만 어쩐 일인지 전혀 보이지 않았다. 내심 아쉽기도 하고 걱정되기도 하는 마음으로 길을 걸었다. 하지만 그들은 잘 지내고 있었다. 내 눈앞이 아닌 신랑의 눈앞에 나타났을 뿐.

 

  독서모임 가는 길에 카톡으로 사진과 동영상을 잔뜩 받았다. 신랑이 냥이들을 만나서 통조림을 주는데 성공한 모습이었다. 찻길에 있는 애들을 통조림을 가지고 차가 정차된 곳으로 유인했고 먹을 때까지 지켜보았다고 한다. 혹시 몰라서 신랑에게도 캔이랑 간식 들고 다니다가 만나면 주라고 했는데 탁월한 선택이었다.

 

제대로 정면 나온 샷이 이 사진 밖에는. 경계하지만 먹는다! 그럼 됐다!

  신랑도 뿌듯한 마음에 사진을 찍어보냈다. 냥이를 키우고 싶지만 한 생명을 책임지는 일이 얼마나 무거운 일인지. 두렵기도 하고 어려운 일이라 조심스럽다. 다만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일을 하나씩 해보고자 하는데, 냥이에게 좋은 일이기보다 내게 더 즐거운 일이라는 걸 깨달았다.

캔에 베일까봐 걱정도 되고 캔이 땅에서 게속 밀려나서 결국 덜어내 준 신랑의 센스를 칭찬해! 츄르도 냠냠

  아쉬웠던 건 내가 눈을 맞추고, 말을 걸어줄 수 없었다는 점이다. 왜 내 앞에는 나타나지 않은 거니! 내가 츄르를 맛 별로 가지고 다니는데!

빛의 속도로 촵촵촵

  잘 먹는 모습이 대견하고 예쁜 냥이. 나한테도 너한테 맛있는 걸 줄 수 있는 기회를 주지 않을래? 많이 안바랄게. 나랑 조금만 친해지자~

깨! 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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