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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소리

아빠, 살아줘서 고마워.

by 오뚝이 루크 2020. 12.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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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하자마자 집에 들어서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부모님이 부탁한 물건에 대해 할 이야기가 있었다.

"엄마!"

"어. 왜?"

 

여느 때 같으면 '딸~'이라는 호칭이 먼저 나와야 하는데 뭔가 이상했지만, 엄마가 퇴근 전인가 생각하며, 내 할 말을 해댔다. 내 이야기가 길어질 거 같자 엄마가 말을 꺼낸다.

"엄마 병원이야."

 

가슴이 철렁했다.

엄마는 고혈압과 당뇨, 녹내장과 수술을 한 뒤에도 회복되지 않는 무릎 때문에 고생하고 있다. 어디가 더 안좋아진건가 싶어 긴장하고 있는데 상상도 못 했던 이야기를 꺼낸다.

 

"아빠 수술했어."

말문이 탁 막힌다는게 이런 느낌일까? 왜냐고 묻지도 못하고 입만 움직이는데 엄마가 말을 잇는다.

"급성심근경색이래. 다행히 병원 가까운 곳에 있어서 금방 수술했고 지금 괜찮아. 어제 쓰러졌었어. 말 안 하려다가 큰 엄마가 말 안 하면 너희 더 상처 받는다고 해서 말하는 거야."

결국, 울음이 터져 나왔다. 

 

아빠 이제 괜찮으니까 울지 말라고 달래는 엄마한테 애꿎은 화를 낸다. 왜 전화 안했냐고. 왜 말 안했냐고. 아무리 멀리 있어서 가기 어렵다고 해도,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해도 말을 했어야 한다며, 울음이 섞여 알아듣기도 힘든 말을 늘어놓았다. 

 

좀처럼 진정이 되질 않자 엄마가 확인시켜주듯이 아빠를 바꿔준다.

"바보같이 왜 울어."

아빠 목소리를 듣자마자 눈물이 더 쏟아졌다. 위로에 서툴기도 하지만 걱정시켜서 미안한 마음 때문인지 아빠는 괜찮으니까 울지 말라고 하고 엄마를 황급히 바꿔준다. 힘든 수술 마치고 나온 아빠에게 내가 한 말이라곤 '그러게 담배 좀 그만 피우라고 했잖아.' 뿐이었다.

 

정작 해할 말을 하지 못했다.

살아줘서 고맙다고.

맨날 엄마 건강만 챙겨서 미안하다고.

아빠는 날씬하고, 운동도 많이 하니까 괜찮을 줄 알았다고. 

그렇게 생각해서 미안하다고.

이제 아프지 말라고. 이렇게 놀라게 하지 말라고 말해야 했는데.

 

신랑한테는 제대로 설명도 못하고 '아빠 아프대' 다섯 글자만 보냈다.

놀란 신랑은 땀을 흘릴 정도로 뛰어왔다.

신랑을 보니 후회가 섞여 눈물이 또 났다.

평소에 부모님께 잘하자고 말할 때 더 새겨들을 걸.

 

아직 늦지 않았다고 앞으로 더 잘하자고 신랑이 다독여준다.

앞으로 50년은 더 웃으며 가족사진을 찍을 수 있기를 기도하며, 그때까지 신랑 말대로 조금 더 양쪽 부모님께 잘해드리자고 마음을 다잡아 본다.

 

아빠, 살아줘서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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