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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소리

내가 의식있는, 깨어있는 사람이었다는 착각 - 생수가 알려주다.

by 오뚝이 루크 2020. 11.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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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환경운동가는 아니지만, 환경을 생각하는 의식 있는 사회인이라고 생각해왔다.

친환경 빨대를 사용하고, 회사에서는 당연히 텀블러만 사용하고, 집안에 일회용품을 들이지 않으려고 애를 썼다. 배달할 때 일회용품은 빼고 달라고 요청하고, 분리수거를 열심히 하고,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은 물건을 기부하고 나눠 썼다.

 

대단한 착각이다. 내가 하는 정도는 많은 사람들이 이미 실천하고 있는 항목일 뿐이었다. 내 주위에는 커피숍에 가면 아예 빨대를 받지 않은 친구들도 있었다. 종이 빨대라 하더라도 말이다. 생각해보면 종이 빨대도 결국엔 일회용품이고, 내가 사용하는 개별 포장된 친환경 빨대에도 결국 포장을 위해 일회용품이 사용된다. 

 

그중에서도 내가 가장 망각하고 있었던 것은 생수 구매였다.

신랑과 둘이서 단촐하게 살고 있기도 하고, 둘 다 집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적어 마트에서 생수를 구매해서 사용하고 있었다. 경제적이라는 이유였다. 500mL와 2L짜리 생수를 열심히 사다 날랐다. 외출할 때 500mL 생수 들고나가면 어찌나 편했는지.

 

코로나로 인해 재활용품 배출이 급증했다는 뉴스를 보고 아차 싶었다. 돌이켜보면 분리수거할 때마다 어마어마하게 배출되는 생수병 때문에 얼마나 힘들었던가. 머리를 한 대 맞은 느낌이었다. 비용이 다소 들더라도 정수기를 설치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동안 내가 내세웠던 집이 좁아서 둘 곳이 없다 핑계, 생수가 더 경제적이라는 핑계를 생각하니 얼굴이 화끈거렸다.

 

마침 건조기를 사기로 결정했던 터라 건조기 구매하면서 정수기 설치도 같이 신청했고 일사천리로 일이 진행되었다. 요즘은 정수기들이 워낙 좋아서 보이는 부분을 최소화해서 설치하는 것도 가능했다. 정수기가 편리하기도 하지만 이제야 마음이 편해졌다.

그동안 스스로 환경을 생각하는 사람인 듯 행동하고 말했던 부끄러움이 당장 지워지지는 않지만, 그래도 더 늦기 전에 깨달아서 다행이지 않나 싶다.

 

내가 깨닫지 못하는 나의 무지에 또 무엇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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