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리를 쓰는 건 내게 참 어려운 일이다. 일단 무엇을 써야 할지 모르겠다. 내가 쓰고 싶은 걸 쓰면 되지만, 사실 무엇을 쓰고 싶은지도 잘 모르겠다. 그리고 '꾸준히'하는 것이 참 어렵다. 매일 해야 할 것 같은데 그러지 못한다.
작년에 생일에 감사하게도 스타벅스 쿠폰을 참으로 많이 받아서 뜻하지 않게 스타벅스 다이어리가 생겼다. 그렇지 않아도 어떤 다이어리를 사야 내가 잘 쓸 수 있을까 고민하던 차였다. 하지만 다이어리를 꾸준히 쓰지 않는 내게 어떤 다이어리가 필요한지 판단하기는 불가능했다. 그래서 그냥 주어진 다이어리를 쓰기로 했다.
1월 1일.
한해 계획을 야심차게 세우지는 못했다. 다만 그냥 뭘 하면 좋을지 대강 끄적였다. 그리고 가급적 다이어리를 자주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지기로 했다. 매일 하겠다고는 생각지 않았다. 그냥 달력 칸에 스케줄만 몇 개 끄적였고, 1월 20일 즈음에 모처럼 생긴 다이어리를 활용해보자며, 이것저것 적기 시작했다. 1주일씩 쓸 수 있는 주간 페이지에 주간 계획을 세우고, 다음날 무엇을 해야 하는지, 그날은 무엇을 했는지 대강 끄적였다. 그렇게 1/20부터 말일까지 9번 다이어리를 채웠다.
그리고 1월 말일에 1월 전에는 하지 않았던 MONTHLY GOALS 페이지를 채우려고 해 보았다. 많은 걸 하지는 못했지만, 평소에 잘 해내고 싶은데 실천하지 못하는 것을 위주로 적어보았다. 나름 계획 페이지를 끄적였지만 2월에 채워진 다이어리는 6일뿐이다.
3월은 계획 페이지가 좀 더 화려했다. 이전에 스몰 스텝 모임에서 받은 체크 양식까지 붙여가며, 계획 페이지를 채웠지만 3월에도 다이어리는 6일만 채워져 있었다. 사실 3월에 다이어리를 몇 번 썼는지 잠깐 들여다보다가 문득 다른 달은 어땠는지 궁금해져서 통계를 내본 것이었다.
2월과 3월에 한 달 계획을 세우면서 그 전달에 몇 번이나 다이어리를 적었는지, 어떤 내용을 적었는지를 리뷰해보았다면? 전달보다 하루 더 다이어리를 채울 수 있었을 것이다. 그것은 곧 내가 어떤 것을 실천했는지, 어떤 내용을 실천하지 못했는지, 그 달 내게 중요했던 가치는 무엇이었는지 좀 더 구체적으로 기억할 수 있는 날이 하루 더 존재했을 것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다행인 것은 2020년이 벌써 세 달이나 지나갔지만, 아직 1분기만 끝났다는 것이다. 1분기 반성을 통해 나는 좀 더 알찬 2분기를 계획해볼 수 있을 것 같다. 3월의 6번보다 하루만 더 기록해도 나는 3월보다 나은 4월을 지낸 것이 아닐까? 너무 과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원래 발전은 한걸음, 한걸음 더디게 시작해도 나중에 좀 더 경사진 그래프로 만날 수 있는 것이니까.
정리방에 3월을 결산하고 4월을 계획하는 다이어리를 정리하겠다는 계획 인증이 큰 결실이 되어 돌아온 느낌이다. 이제 겨우 실천 아이템을 찾았을 뿐이고, 내가 시작해야 하는 일이지만, '결산'이라는 것을 통해 내게 부족했던 부분을 수치로 확인하니, 앞으로 내가 해야 할 일들에 더욱 의욕적이게 되었다. 4월을 결산할 때는 '결산'이 왜 필요한 것인지 설득력 있는 수치로 글을 쓸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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