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큰 손이다. 요리도 한번 할 때 4인분 이상을 하고, 물건 살 때도 한 번에 꽤 많은 양을 산다. 이런 내가 씀씀이를 관리하려면 가계부를 쓸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맞벌이를 하다 보니 수입과 지출 흐름을 관리할 필요가 생겼다. 그래도 사회생활 시작하고 나서 가계부를 써와서 가계부 쓰는 일이 많이 어렵지 않다.
처음 가계부를 쓸 때는 노트 형식으로 된 것으로 샀다. 계산기 두들기는 재미가 있었다. 첫 사회생활의 설렘을 가계부에 녹여냈다. 영수증도 붙이고, 공연 티켓도 붙였다. 1원 단위까지 맞춰가며 가계부를 참 꼼꼼히도 썼다. (그 아이들은 다 어디로 갔는고?)
세월이 흘러 흘러 가계부를 엑셀로 쓰고 있다. 수식을 걸어두면 알아서 계산도 되고, 통계 내기도 좋고, 그래프도 만들어볼 수 있고, 많은 장점이 있어 엑셀로 정리하고 있다. 아파트 대출 상환 금액을 정리할 때도 좋다. 내가 상환한 금액과 그동안 납입한 이자를 내가 원하는 형식으로 뽑아낼 수 있다.
다만, 야근 좀 있는 달은 가계부 정리가 너무 힘들다. 연말정산 때문에 신랑과 나의 지출 비율을 어느 정도 정해놨기 때문에 가계부를 쓰려면 양쪽을 왔다 갔다 해야 하는 탓이다. 3월은 11일 이후에 가계부를 전혀 쓰지 못하고 있다가 오늘 밀린 가계부를 모두 정리했다.
가계부가 밀렸더니 문제는 확실히 지출이 많다는 것이다. 가계부를 자주 쓰면 내가 가지고 있는 잔액의 규모가 눈에 보이기 때문에 전월과 비교해서 잔액이 적거나, 급여일이 많이 남았는데 소지하고 있는 현금이 부족해질 수 있다고 판단하는 경우에는 긴축재정에 돌입하여 지출을 조절하는 것이 가능하다. 나의 경우에도 가계부를 쓰는데 전달보다 과도하게 지출했다고 생각하게 되는 경우에는 이번 주는 외식을 줄여야지 하는 계획을 세우면서 지출 규모를 조금씩 생각하며 생활할 수 있었다. 가계부를 자주 쓰지 않는다는 이야기는 내가 지금 얼마나 잔액이 남아있는지, 혹은 얼마나 마이너스인지 인지가 불가능하다는 이야기이다.
인지하지 못하면 당연하게도 지출을 마냥 늘어난다. 내 잔액이 많지 않을 때는 나중에 구매해야겠다고 생각하던 것들도, 내 지출 규모를 모를 때는 쉽게 사들이게 되는 것이다.
3월에는 코로나도 있지만 손을 다쳐서 음식 하기가 힘들고 야근한다는 이유로 외식과 배달이 잦았다. 가계부를 써서 내가 지출 규모를 체크했다면 손이 좀 불편할지언정 음식을 하는 걸 택했을 만큼 이번 달은 어마어마한 금액을 지출했다. 3월을 계기로 다시 한번 가계부의 중요성을 체감했고, 이번 달부터는 아무리 야근이 많아도 일주일에 한 번씩은 가계부를 정리하기로 결심했다. 물론 야근이 없을 때는 매일매일 쓸 계획이다. 매일매일 가계부를 쓰는 일은 참 번거롭다. 그 번거로움을 피하기 위해서는 돈을 안 쓰면 된다는 걸 우리는 알고 있다. ^^
내 주변에는 가계부 쓰는 걸 굉장히 부담스러워하는 사람도 있다. 그런 사람들에게는 뱅크샐러드라는 어플을 추천하고 싶다. 뱅크 샐러드는 각 은행과 카드사는 물론 보험사까지 연동해두면 내 지출은 물론 전체적인 자산 규모와 자산 포트폴리오 등을 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신용등급도 확인이 되고, 차량과 부동산까지 등록하면 내 대략적인 자산 포트폴리오 확인이 가능하다. 지출내역은 비밀이라 아래에 지출내역은 넣지 못하고 다른 내용을 넣어봤다.(지출뿐만 아니라 입금내역도 확인 가능!)
왼쪽은 은행별로 계좌와 잔액을 확인할 수 있는 화면이다. 아래쪽에는 신용카드별로 결제 예정 금액과 보험목록, 내가 등록한 차량 가액과 부동산 금액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주식투자를 하는 사람은 증권사와도 연동해서 투자 증감을 확인하는 것도 가능하다.
그리고 오른쪽에 첨부한 사진, 금융비서라는 탭에는 내 지출 현황에 따라 메시지가 온다. 이번 주는 지출이 줄어서 잘했다던지, 이번 주는 카페를 너무 많이 갔다던지, 홈쇼핑을 너무 많이 이용했는데 충동구매를 한 것은 아니냐라던지 나를 뜨끔하게 하는 메시지들이 온다.
일일이 내가 기록하지 않고도 나의 지출/수입 현황과 각종 자산관리가 가능하고 핸드폰으로 쉽게 확인이 가능하기 때문에 가계부가 부담스러운 사람들에게 강력 추천한다.
심지어 여기에 있는 데이터들은 엑셀로 내보내는 것도 가능하다!
요즘 시대에 티끌모아 티끌이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앞으로 어떤 일이 생길지 모를 때를 대비해서 어느 정도의 자산관리는 필요하다. 그리고 그 첫걸음은 지출을 줄이는 것이다. 나도 이 씀씀이를 줄이기 위해서 가계부를 꾸준히 쓰려고 노력하고 있다. 가계부를 쓰지 않았다면 나는 신용카드 금액을 갚느라 내일이 없는 삶을 살고 있었을 것이다.
이런 노력이 있었기에 이사를 하면서 급전이 필요하거나 예상보다 필요한 자금이 커졌을 때에도 큰 문제없이 내 앞의 일들을 헤쳐갈 수 있었다. 가계부를 쓰면 현명한 소비가 가능하고 현명한 소비는 우리에게 따뜻한 미래를 만들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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