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의 나는 30대의 내가 아주 멋지게 살고 있을 줄 알았다.
집은 당연히 1채 가지고 있고, 좋은 차도 좀 굴리고, 여행이 가고 싶으면 언제 어디든 떠날 수 있는..
그런 삶을 살고 있을 것이라는 이 허무맹랑한 꿈의 시작은 어디였을까?
하지만 집은 은행님과 함께라 현관만큼만 내 자리, 차는 재작년에야 겨우 마련했지만 무서운 기름값과 교통정체, 부족한 주차공간은 차를 주차장에 모셔두도록 만든다. 여행? 해외여행은커녕 국내 여행 가기에도 빡빡한 삶이다. 매몰찬 현실. 상상했던 모습과 전혀 다른 내 모습에 조금 서글퍼지기도 한다.
그렇지 않아도 서글픈 현실.
회사에서의 퍽퍽한 삶이 더욱 나를 죄어온다.
사내정치.
말로만 들어봤던 그것이 내 앞에 펼쳐졌을 때는 남의 일이려니 했다.
자신의 밥그릇을 지키는 일이 쉽지 않은 줄은 알겠지만, 다른 사람에 대해 왜곡된 이야기를 만들고, 면전에서 아무 근거도 없고, 앞뒤가 맞지 않는 말로 면전에서 나를 깎아내리는 말을 할 필요가 왜 있는 걸까?
네가 자꾸 경험치가 쌓이고 머리가 크니 위협이 된다고 생각하는 거 같다고 하시는 말씀을 많이 들었다. 회사원이 업무 효율성이 올라가고 성장하는 것이 경계를 해야 하는 일이라니? 이전에도 비슷한 케이스가 있었다고 하는데....
직원의 성장을 경계하는 상사라니, 나로서는 이해하기가 너무 어렵다.
다행히 좋은 팀원들을 만나 위로와 힘을 받고는 있지만, 그렇다고 나의 상황이 나아질 리 없다.
하루 이틀하고 끝낼 사회생활이 아니기에 이직을 고민해보지만 이도 녹록지 않다.
채용 시즌도 아니고 일단 결혼하고 언제 아이가 생길지 모르는 30대 후반이니, 회사들이 반가워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 회사에 더 머물면(더 머물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오히려 타이밍을 놓칠 것만 같다.
남은 시간 동안 내가 관심을 가지고 있던 분야의 자격증을 따야겠다는 계획은 세웠지만,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는 일이니 당장 돈이 되지 않을 것도 걱정이 된다.
잘하는 걸 해야 하는지, 좋아하는 일을 해야 하는지..
20대 때 하던 고민을 지금 이 순간 다시 하고 있다.
이 나이에 진로 고민이라니.
그동안 안일하게 살았던 나를 반성하고 안타까워해보지만, 어쨌든 상황은 벌어졌다.
불행 중 다행인 건 스몰스텝을 하면서 새로이 발견한 나의 단편의 조각에서 다른 가능성을 찾았다는 점이다. 그 일이 실제로 직업활동과 연결될지는 알 수 없지만, 나의 선택의 갈래를 스스로 1갈래 더 만들었다는 점에 홀로 쓸쓸히 의미를 두어본다.
그동안 해왔고 잘하고 있는 일.
앞으로 내가 새로이 만들어갈 일.
당분간 이 선택지 안에서 치열하게 고민하게 될 것 같다.
칼바람 속에도 아름다움을 피워내는 이 꽃처럼, 다시 내 미소가 피어날 때까지.
NEVER GIVE U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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