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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를 만나다

기타 연주를 감상하며 나를 돌아보다- 에드와르도 페르난데스 & 오승국 듀오 기타 리사이틀!

by 오뚝이 루크 2019. 3.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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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주 금요일, 신랑 지인분의 초대로 기타 리사이틀 공연에 갈 기회가 생겼습니다. 평소에 뭘 잘 부탁하지 않는 신랑인데 이 곳은 꼭 같이 가자고 해서 무슨 공연인지도 자세히 모르고 시간만 비워두었습니다. 기타 연주라고 들었지만, 기타만 연주하는 공연은 가본 적이 없어서 어떤 형태의 공연인지 전혀 알지 못했습니다. 성가를 부르는 건 좋아하지만 음악에 대한 이해도가 높지 못해서 신랑이랑 바람쐰다고 생각만 하고 더 알아볼 생각을 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신랑이랑 비슷한 시간에 도착해서 신랑의 지인 분께 인사를 드리고 초대권을 받았습니다. 신랑이 아슬아슬하게 도착해서 티켓을 받아서 제대로 보지도 못하고 바삐 입장을 했습니다.

 

 

  처음 입장했을 때는 사람이 별로 없는 줄 알았는데, 잠깐 사이에 많은 인원이 자리를 채웠습니다.

  프로그램에서 제목만 보고는 무슨 곡인지 잘 몰랐지만, 연주를 듣다보니 1곡 정도는 들어본 적이 있는 곡이 있어서 반가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시작하기 직전에 인터넷에 연주자의 이름을 검색해봤습니다. '에드와르도 페르난데스'

  세계 3대 천재 기타리스트라고 추앙받는 분이었습니다. 세상에!

  이렇게 유명한 분의 공연이라니.. 신랑이 새삼 다시 보이는 순간이었습니다. 이 사람이 대체 무슨 인맥으로 VIP 좌석을 가져온 것인지.. 신기하기도 하고 신나기도 했습니다.  VIP 석이라 자리도 굉장히 앞자리! 앞에 계신 아저씨 한분이 음악에 너무 심취해서 머리로 계속 왼쪽, 오른쪽 박자 타셔서 시야는 많이 방해되었지만 기타 선율이 저의 분노를 진정시켜주었습니다.

 

  시간이 되자 백발의 노신사가 기타를 들고 등장했습니다. 생각보다 연세지긋한 연주자가 등장해서 약간 놀라기도 했지만, 너무 당당한 발걸음으로 자리에 앉아서 튜닝을 하고는 연주를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왼손과 오른손이 대화하는 듯이 연주를 시작했고, 그 다음에는 기타가 친구인듯 연인인듯 다루며 기타와 대화하는 듯이 연주를 이어나갔습니다. 마지막에는 기타로 관객에게 이야기하는 연주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연주법도 기타를 손가락을 튕기기도 하고, 한손으로는 상판을 두드리면서 다른 한손으로는 기타 선을 튕기는 등 다양한 연주 법을 보여주었습니다.

  콘서트나 성당 음악회 등에서 기타 연주를 들을 수 있는 기회가 간혹 있었지만, '기타 선율이 아름다운 거로구나'라고 생각한 건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기타의 음색이 너무나 아름답고 예뻤습니다. 현란하게 연주를 하지는 않았지만, 편안함이 묻어있는 연주였습니다. 음악에 사람을 치유하는 힘이 있다는 것이 바로 인 것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기타리스트 오승국 선생님의 연주는 분위기가 사뭇 달랐습니다. 기타 선율이 뭔가 더 명확하면서도 발랄하고 맑은 느낌을 주었습니다. 유쾌한 음악이 내내 귀를 사로 잡았고, 선생님 또한 다양한 연주법을 보여주시면서 눈 또한 사로 잡았습니다. 짧지 않은 음악을 열정적으로 연주하시는 모습이 몸을 들썩이게 했습니다.

  마드리드 왕립음악원을 수석으로 졸업한 기타리스트라고 되어 있지만 궁금해서 더 찾아보니, 드라마나 영화 OST 작업에도 많이 참여하신 분이었습니다. 기타 한대로 큰 홀을 감동으로 가득 채우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훌륭한 연주가들이지만 너무나 다른 음색을 가진 두 사람의 연주가 어울릴 것인가하는 의문이 들었지만 저의 음악감각이 얼마나 초라한지를 알게 해주는 쓸데없는 생각이었습니다. 한 사람이 연주하는 느낌은 아니지만, 주고 받는 합이 좋아서 흐뭇한 표정으로 지켜볼 수 있었습니다. 사실 음악을 잘 모르는 제가 이렇게 느낌 점을 표현하는 것도 조심스럽긴 합니다.

  '어울림이란 서로 눈을 마주 볼 때 완성되는 것이구나' 를 느낄 수 있는 공연이었습니다.

 

 

  얼마 전 읽은 유발하라리의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 이라는 책에서 AI가 음악활동을 포함한 예술활동의 영역까지도 역할을 해낼 수 있다는 내용의 글을 보았습니다. 꼭 그 책이 아니더라도 다양한 팟캐스트나 글에서 AI 가 인간의 삶에 어디까지 영향을 미칠 것인가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가 오가고 있습니다.

  아무리 AI가 대단하다지만, 이런 감동을 느낄 수 있는 공연을 과연 해낼 수 있을 것인가하는 질문을 다시 해봅니다. 악보대로 연주하는 것은 분명히 가능하겠지만, 같은 것을 듣고도 제각기 다른 포인트에서 사람들이 감동을 느낄텐데, 그런 감동을 주는 작업이 가능할까? 계속 의심을 하게 됩니다. 예술이라는 건 누군가에게 감동을 주는 것이기도 하지만, 그 본질은 나를 표현하는 것에 있기에 AI 의 예술 활동에 대해 더욱 의구심을 가지게 되는 것 같습니다.

 

  한편으로는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수단을 가진 두 연주자가 부럽기도 했습니다. 저는 아직 스스로를 표현하는 능동적인 사람이 아니라, 연주를 들으며 연주자를 관찰하는 수동적인 관찰자의 삶을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 주변에는 자신을 표현하는 일을 주저하지 않을 뿐 아니라, 다른 사람의 표현할 수 있는 삶을 살기를 도와주는 멋진 삶을 살고 계신 분들이 많이 계십니다.

  '청소부 임씨, 오류 정석헌, 신나는 아름쌤, 나코리, 박요철 작가, 신정철 작가' 님 등 많은 분들이 공연 중에 생각났습니다. AI 가 연주하는 공연을 보러 가는 날은 올지 모르겠으나, 그 존재가 인간이 자신을 표현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역할을 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그 일만은 정서적인 교감을 느낄 수 있는 인간들에게만 허락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함께 활동하고 있는 많은 분들의 에너지와 도움을 받으며, 조금씩 '나'에 대한 표현을 해보려고 합니다.

 

  적극적으로 '나'를 표현할 줄 아는 사람이 될 때까지 SMALL STEP & STEP BY STE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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